총경승진 예정자들 "성평등 교육은 무슨"…무더기 자리 이탈

입력 2019-06-03 08:46   수정 2019-06-03 17:28

총경승진 예정자들 "성평등 교육은 무슨"…무더기 자리 이탈
경찰대 치안정책과정 교육생들 불성실 태도 논란…다른 부처 간부들도 포함
수업 도중 "여성 대상 범죄 증가 증거 대라" 공격적 질문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찰서장과 공공기관 임원이 될 승진 예정자들이 성 평등 교육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교육에 임하고 수업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여성학 연구자인 권모 박사의 페이스북에는 '2019년 5월 29일 수요일, 경찰대학에서 실시된 '치안정책과정'의 성 평등 교육에서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당시 교육에는 총경 승진 예정자 51명과 일반 부처 4급(서기관) 간부와 공공기관 임직원 14명 등 총 71명이 참여했다.
당시 강연자로 나선 권 박사가 조별 토론을 제안하자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 '커피나 마셔볼까'라며 교육생 15명 이상이 자리를 비웠다고 권 박사는 주장했다.
또 교육 도중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는 식의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고 권 박사는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10%대에 불과한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교육에 참여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리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권 박사는 전했다.
권 박사는 "이들의 의도는 성 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었다"며 "이들은 모두 시종일관 '성 평등한 조직 만들기'라는 관리자에게 주어진 과업을 부정했고, 동료들의 부적절한 언행 앞에서 그 행위에 가담하거나,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하고, 자정 능력이 없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한국 사회에 '치안'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전체 경찰관의 남성 비율,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대 관계자는 "해당 교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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