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함 숨겨라' 백악관 지시논란에 美국방부 "軍 정치화말라"

입력 2019-06-03 10:44  

'매케인함 숨겨라' 백악관 지시논란에 美국방부 "軍 정치화말라"
섀너핸 장관대행 "軍 정치쟁점화할 여지 없다"…백악관에 항의
멀베이니 "20대 선발대 직원의 요청…불합리한 것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일 미군기지 방문에 앞서 백악관이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전함을 보이지 않게 숨기라고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고 군이 정치 이슈에 휘말리는 데 유감을 표명했다.
2일(현지시간) AFP와 AP 통신에 따르면 섀너핸 장관 대행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뒤 한국으로 이동 중 동행하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일본에 주둔한 미 해군 7함대와 접촉했고, (대통령의) 시야로부터 매케인함(구축함)을 숨겨야 한다고 지시했다"면서도 "그런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또한 자신이 이 사건을 알게 된 후 국방부에 의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언급한 뒤 "군을 정치 쟁점화할 여지는 없다(There is no room for politicizing the military)"며 "나는 이 일을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미망인과도 대화했다면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방문에 앞서 백악관 참모들이 요코스카에 정박해 있던 매케인함을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이었던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전함을 보면 기분 나빠할 것을 우려해 참모들이 이런 지시를 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같은 당 소속이었지만 살아온 이력이나 성향이 크게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대통령 당선 후에도 수차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섀너핸 장관 대행의 대변인인 조 부치노 중령은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백악관 회의에서 메케인함 논란과 관련해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섀너핸 장관은 비서실장에게 백악관과 대화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를) 정치화하지 않을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날 뉴스쇼 2곳에 출연해 매케인함 논란과 관련해 해고되는 백악관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사실은 이렇다. 선발대 소속의 23살 혹은 24살 직원이 (대통령 방문) 현장에 미리 가서 '이런, 여기 매케인함이 있네. 우리는 대통령이 매케인 전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최상의 배경이 아닐지 모른다. 이것을 옮길 수 있을까?'라고 한 것은 불합리한 요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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