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선거때 활용하던 '북한 위기', 올해는 '감추기'로 전략 수정
北과 '무조건 대화' 카드 활용 구상…北은 "낯가죽 두껍다"며 비판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여당 자민당이 오는 7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핵심 이슈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청년국은 주말이던 지난 1~2일 일본 전국 100곳에서 거리 연설회를 열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야권을 비판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지난 2일 도쿄 이타바시(板橋)구에서 열린 거리 연설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논의를 전진시키는 의원을 뽑을 것인가, 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을 뽑을 것인가"라고 물으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민당 간부는 이와 관련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승리하면 개헌 추진이 답보 상태인 것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자민당은 작년 3월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시한 뒤 2020년 시행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단 이런 개헌안으로 전후 첫 개헌을 달성한 뒤 전력과 교전권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를 다시 고치는 '2단계 개헌'으로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반대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개헌 추진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하며 압승을 거둬 동력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13일 자민당 간부들에게 개헌 논의를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시키라고 지시한 바 있다.
자민당 청년국은 매년 6월 거리 연설회를 대대적으로 열어왔지만, 작년에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납치 문제가 그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칫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재팬 패싱'(일본 배제)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납치 문제의 부각을 피하는 쪽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자민당은 그동안 중요 선거에서 북한에 의한 위기를 부각하며 '북풍(北風)'을 활용하는 선거 전략을 폈지만,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는 공약에 북한을 비판하는 쪽이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판단해 '북한에 대한 압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대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높여 이를 선거에 활용할 구상을 갖고 있지만,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의 진전을 위해 북한에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전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일본의 이런 제안에 대해 "낯가죽 두껍다"고 비판하는 등 응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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