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지휘권 남용" 주장…재판 중단 후 다른 재판부가 타당성 판단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부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재판이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3일 임 전 차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속행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임 전 차장 측이 지난달 31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해 재판이 무산됐다.
또 4일로 예정됐던 다음 재판도 연기됐다.
임 전 차장 측은 윤 부장판사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서, 어떻게든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 내지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극히 부당하게 재판 진행을 해왔다"며 기피신청을 했다.
피고인은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소송 지연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법원은 기피신청 자체에 대한 재판을 따로 열어야 한다. 진행 중이던 원래 재판은 중지된다.
기피신청 재판은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맡게 되며, 신청 사유가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교체된다. 이 경우 새 재판부가 기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기각되면 임 전 차장은 항고와 재항고 등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기소된 지 이미 7개월이 지난 임 전 차장의 재판은 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합의36부는 법원이 임 전 차장 등의 기소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신설한 부서 3곳 중 하나다.
윤종섭 부장판사를 비롯해 재판부 구성원 모두 기존 민사42부에서 소송 사건을 담당했다.
공정성 시비를 없애자는 목적에서 모두 민사 담당 법관들로 재판부를 꾸린 것이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강행군 재판'을 해 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론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지속해서 불만을 드러내 왔다.
재판부가 주 4회 재판을 예고하자 올해 1월 첫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당시 변호인단 11명이 전원 사임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이 새로운 변호인단을 꾸린 3월에서야 첫 공판이 열렸으나, 새 변호인들도 "주 3회 재판을 하려니 기록 검토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재판부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
반면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이 석방 후 공범들과 말을 맞추거나 증인을 회유·압박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자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양측은 특히 임 전 차장의 구속 연장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섰으나, 법원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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