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abroad] 벼랑 끝에서의 아슬아슬 '인생샷'

입력 2019-06-12 08:01  

[travel abroad] 벼랑 끝에서의 아슬아슬 '인생샷'

(예이랑에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예이랑에르에 가기 위해 헬레쉴트(Hellesylt)에서 유람선에 올랐다. 예이랑에르피오르는 네뢰위피오르와 함께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된 곳. 그만큼 풍광이 빼어나다는 이야기다.



이곳 피오르는 1천m 이상 고봉에서 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매년 4∼6월에는 설산에서 녹은 물이 수백 개의 물줄기가 되어 바다로 쏟아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선착장을 떠나 30분쯤 지나자 새하얀 물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줄기마다 깎아지른 절벽마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바위에 부딪힌 물줄기는 햇볕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세찬 바람을 맞은 폭포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커튼처럼 흩날린다. 특히 여러 개의 물줄기가 수면을 향해 힘차게 떨어지는 '세븐시스터즈 폭포'는 정말 멋지다.
폭포에 정신이 팔려 1시간이 훌쩍 흘렀고 어느새 예이랑에르에 도착했다. 인구 20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설산과 바다가 이룬 장엄한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연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 발아래 펼쳐지는 장엄한 피오르

예이랑에르피오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가장 높은 전망대는 해발 1천450m에 자리한 달스니바(Dalsnibba)지만 아쉽게도 그곳까지 가는 도로가 5월 중순에나 열려 가지 못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려한 풍광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2곳 더 있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 마을에서 운영하는 2인승 전기차에 올랐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안내하며, 예이랑에르 마을과 피오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별로 없어 안전하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다.
달스니바 전망대 가는 길에 있는 프뤼달스유베(Flydalsjuvet)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선 마을과 피오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베 스퀼스타 가이드가 전망대 오른편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그곳 바위 위엔 이 지역 관광을 위해 헌신한 노르웨이 여왕에게 2003년 헌정한 의자가 설치돼 있다. 의자에 앉자 눈앞에 피오르가 펼쳐지고, 세상을 호령하는 왕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괜히 우쭐해진다.
가이드가 다시 오솔길로 내려가더니 벼랑 쪽으로 이끈다. 바로 인증샷 포인트다. 천 길 낭떠러지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설산과 푸른 물, 봄빛이 완연한 마을을 한장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심장이 떨려 서지는 못하고 바위 끝자락에 겨우겨우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인생샷' 한장을 건졌다.
마을을 가로질러 다른 쪽 도로를 지그재그 오르자 또 다른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름은 이글 벤드(Eagle Bend). 이곳 위쪽에 독수리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이곳 전망대는 수직 절벽 위에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만들고 펜스를 둘러 훨씬 안전해 보인다.
전망대 바깥으로는 예이랑에르에서 헬레쉴트로 이어지는 피오르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진다. 흰 눈을 뒤집어쓴 거대한 고봉들이 웅장함을 뽐내고, 멀리선 세븐시스터즈 폭포가 하얀 물줄기를 수면에 쏟아내고 있다.



◇ 초록 언덕 위 동화 속 목조 가옥

점심때 농가 한 곳을 방문했다. 이글 벤드 아래쪽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한 집이다. 예이랑에르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이라고 한다.
18세기에 석축 위에 세운 목조 가옥에는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하다. 장식으로 걸어 놓은 사슴뿔과 커다란 우유 통, 수레바퀴도 썩 잘 어울린다. 흙으로 덮은 지붕에는 풀이 한가득 돋았다. 사과꽃 하얗게 핀 초록 언덕, 노랑·흰색·빨강 야생화가 집과 어우러진 모습은 무척 동화적이다.



집주인 아네테 뉘네바 묄 씨가 일행을 환영하며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담다 다디다디 담다디 담다디담"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반복적으로 읊조린다. 가수 이상은의 '담다디'가 아니다. 애잔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이 노래는 결혼식이나 행사 때 부르는 전통음악이라고 한다. 그는 "느리게 흐르는 물과 바람 등 자연이 담긴 노래"라고 말했다.
식사로는 노르웨이 전통의 대구 스튜를 먹었다. 잘 말린 대구를 토마토소스에 조려낸 것으로 빵을 곁들이니 맛이 꽤 좋다. 해장으로도 좋을 듯하다. 100년 이상 된 집에서 오래된 식탁에 앉아 먹는 전통의 음식은 미각을 행복하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유람선 한 척이 피오르의 잔잔한 수면을 가르며 지난다.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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