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스네스=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예이랑에르 북쪽,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온달스네스는 롬스달피오르(Romsdalsfjord)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등반 수도'(mountaineering capital)라 불릴 정도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드는 곳. 그곳엔 유럽에서 가장 험하다는 트롤 월(Troll Wall)이 있다.
그래서 산에 올랐다. 처음엔 단순한 등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수직 암벽을 기어올랐다.
환하게 내리쬐는 온달스네스의 오후 햇살은 따가웠다. 눈 덮인 봉우리가 길게 펼쳐지는 등반 센터 인근 해안가에선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이 파라솔 아래서 태양을 피하고, 선창에선 십대들이 다이빙을 즐기고 있었다. 설산이 펼쳐진 북위 62도34분의 도시가 4월에 이렇게 뜨겁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등반 센터에서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적힌 서약서에 서명하고, 하네스(안전끈)와 헬멧을 챙겨 출발지로 이동했다. 다행히 트롤 월은 아니었다.
롬스달 산의 서쪽 절벽에는 초보자용, 숙련자용 등 2개 루트가 마련돼 있었다. 출발지 아래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사항과 이동방법을 배운 후 가이드를 따라 등반을 시작했다.
◇ 200m 수직 암벽을 기어오르다
시작 지점의 해발 고도는 100m. 처음부터 가파른 암벽이다. 절벽에는 카라비너(로프 고정 고리)를 거는 튼튼한 쇠줄이 달려 있고, 잡을 곳과 디딜 곳도 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등반을 시작하면 중간에는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올랐을까. 벼랑에 가로로 설치한 나무 발판을 지나면서 돌아보자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초록빛 숲과 호를 그리며 흐르는 라우마(Rauma) 강, 흰 눈 덮인 봉우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조금 더 오르자 처음의 팽팽했던 긴장감과 두려움은 어느덧 사라졌다. 벼랑에 걸터앉아 물로 목을 축이는 여유도 생겼다. 물론 일행 중에는 풍경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시선을 암벽에 고정한 채 힘이 잔뜩 들어간 손으로 바위를 짚고, 다리를 부들거리며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손과 발을 천천히 차례대로 움직여 조금씩 벼랑을 오르다 내려다보니 바닥이 까마득하다. 어떻게 올라왔나 싶다. 쇠줄에 카라비너 3개를 단단히 고정한 채 벼랑 끝에 서서 아슬아슬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출발 2시간 만에 등반은 끝났다. 해발 300m가 넘는 곳까지 200m 이상의 수직 암벽을 올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짜릿한 경험이었다. 목적지에 닿은 일행의 얼굴에는 만족감과 안도감이 한가득했다.
하지만 하산길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능선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를 내려가는데 암벽 등반으로 기력을 소진한 탓인지, 다리가 자꾸만 후들거렸다.
◇ 노르웨이 여행 정보
▲ 항공편 = 평소 인천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를 잇는 직항편은 없다. 핀란드 헬싱키나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야 한다.
올여름에는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가 6월 14일부터 8월 9일까지 인천∼오슬로 구간을 9회 왕복 운항한다. 인천에서 오전 11시 30분 출발해 오슬로에 당일 오후 3시 10분 도착하고, 복항편은 금요일 밤 9시 10분 출발해 다음 날 오후 2시 5분 돌아온다. 운항 시간은 갈 때 10시간 40분, 올 때 9시간 55분이다.
오슬로∼베르겐 구간은 비행기나 열차로 이동한다. 항공편은 50분, 기차는 7시간 가까이 걸린다.
▲ 날씨, 여행 복장, 시차 = 여행에 가장 좋은 시기는 5∼8월이다. 이때 평균기온은 최저 10도, 최고 20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할 수 있고, 지역마다 날씨가 달라 긴 옷과 외투를 준비하도록 한다. 비도 잦기 때문에 우산이나 방수 기능이 있는 옷을 챙긴다. 시간은 7시간 늦다.
▲ 전압 = 전압은 220V로 한국에서 사용하던 전기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환율, 물가, 봉사료 = 화폐단위는 크로네(NOK). 1크로네는 약 136원이다. 여행 중 확인한 생활물가는 생수 500㎖ 한 병이 편의점에서 31크로네(4천200원), 슈퍼마켓에서 23크로네(3천100원)이며, 330㎖ 생맥주(한자비어) 한 잔은 89크로네(1만2천원)다. 맥도널드 빅맥 세트는 119크로네(1만6천원)다. 일반식당에서는 한 끼에 3만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호텔, 음식점 등에서 봉사료는 없다.
▲ 음식 = 연어, 고등어, 청어, 대구, 킹크랩, 민물 가재, 홍합, 새우 등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찐 감자와 신선한 채소가 곁들여진다. 미트볼(완자)도 흔하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매우 짜다. 주문할 때 소금을 적게 넣어달라고 요청한다.
감자를 주원료로 만든 증류주인 아쿠아비트(Aquavit)가 유명한데 소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난다. 아쿠아비트는 '생명의 물'이란 뜻이다.
▲ 베르겐 카드 = 베르겐과 인근을 잇는 버스와 기차, 플뢰엔산 케이블카, 박물관과 미술관, 아쿠아리움, 과학센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식당, 주차, 베르겐 공항고속버스는 할인된다. 24시간 쓸 수 있는 카드의 가격은 성인 280크로네(3만8천원), 학생 및 어르신 224크로네(3만원), 3∼15세 100크로네(1만3천500원).
◇ 노르웨이 피오르 지역 명소
▲ 가울라르프옐레 관광도로 = 노르웨이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관통하는 관광도로 18개가 있다. 그중 10개가 피오르 지대에 위치한다.
발레스트란에서 로엔으로 이동할 때 총 길이 130㎞의 가울라르프옐레(Gaularfjellet) 관광도로를 지난다. 이곳에서는 빙하수가 흐르는 강과 계곡, 야성적인 폭포,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호수 등 피오르의 다채로운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지그재그로 수차례 꺾이는 오르막 도로 끝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눈 덮인 산과 지나온 도로 등이 발아래 펼쳐진다. 고개를 넘어 빙하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리크홀레(Likhole) 폭포도 만난다. 폭포 위로 설치된 다리와 거대한 물줄기가 이룬 풍경이 장관이다.
▲ 사이다 하우스 = 사과, 딸기를 원료로 만든 사이다와 주스, 최고 도수 22도의 과일 와인을 생산하는 발레스트란의 농장이다. 각기 다른 도수의 맛좋은 사이다 5종을 맛보고, 사이다와 브랜디의 전통 제조법을 엿볼 수 있다. 농장주가 만든 건강 요리도 즐길 수 있다. 발레스트란 항구에서 남쪽으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www.ciderhuset.no
▲ 클래식카 박물관 = 예이랑에르 유니온호텔 소유주가 수집한 클래식카 10여대가 호텔 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1920∼1930년대 예이랑에르에서 실제 운행하던 우아한 외관의 차들이다. 캐딜락(1919), 허드슨(1922), 스튜드베이커(1925), 뷰익(1927) 등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자동차를 빌려 짧은 여행도 할 수 있다.
▲ 세계유산 방문자센터 = 노르웨이 피오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기념해 2002년 예이랑에르에 들어섰다. 건물은 피오르를 향하는 화살 모양이다. 노르웨이의 자연풍광 속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빙하와 강이 독특한 피오르를 형성한 방법과 피오르의 동식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www.fjordsenter.com
▲ 베르겐 매직 아이스바 = 온통 얼음으로 치장된 공간에서 얼음 잔에 담긴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베르겐, 오슬로, 트롬쇠에 있다. 방한용 판초와 장갑을 착용하고 아이스바에 입장하면 갖가지 빛깔의 LED 조명을 받은 얼음 조각을 볼 수 있다. 뭉크의 '절규'를 비롯한 유명 명화와 음악가 그리그 등 다양한 조각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항구를 가운데 두고 브뤼겐 맞은편에 있다. www.magicice.no
◇ 유용한 웹사이트 = 발레스트란 고속단정 관광(www.balestrandadventure.no), 바이킹 체험마을(www.vikingvalley.no), 온달스네스 암벽등반(tindesenteret.no), 노르웨이투어(www.norwaytours.no, 교통편, 여행상품, 체험 관광 이용 시)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