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안 주도하는 美쿠슈너, 팔레스타인 자치능력에 '의구심'

입력 2019-06-03 15:35  

중동평화안 주도하는 美쿠슈너, 팔레스타인 자치능력에 '의구심'
WP "폼페이오, 중동평화안에 회의적…추진동력 못 얻을 거라고 말해"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책을 담은 중동평화안 마련 작업을 주도하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2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자치능력에 의문을 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이날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의 개입 없이도 팔레스타인의 자치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자치에는) 높은 기준이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이 자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부사항은 중동평화안을 공개할 때까지 남겨두겠다"고 덧붙였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블룸버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 통치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고, 로이터 통신도 팔레스타인인들은 민족 자결권을 누릴 자격이 있지만 자치 능력에 대해선 불확실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쿠슈너는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 2년간 비밀리에 팔레스타인 경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중동평화안을 주도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국가 지위를 획득하려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행보와 풍요롭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열망에는 괴리가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거듭 비판했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내 각종 산업 등에 투자하려는 이들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공정한 사법 체계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동평화안의 공개 시점이나 평화안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두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일부 아랍 국가는 쿠슈너의 중동평화안이 지나치게 이스라엘 편향적이며,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달 말 미국의 후원으로 바레인에서 열릴 중동 평화 관련 국제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 회의에서 중동평화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외교채널이었던 예루살렘의 총영사관을 텔아비브로 이전한 이후 미국과의 외교 협상을 거부해왔다.
한편 미국의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비공개 석상에서 중동평화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8일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그것(중동평화안)은 거부될지 모른다"며 "아마도 결국엔 당사자들이 '좋은 건 2개 밖에 없고 나쁜 건 9개나 있다. 난 빠질래'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중동평화안이)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면서 이 방안이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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