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반민특위는 1949년 실패했으나, 그렇다고 지금도 실패할 까닭이 없다. 반민특위가 없다고 반민특위가 목표 삼은 행동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최근 일부 정치인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친일세력 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한길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이자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사회과학 서적으로 평가받는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 시리즈 출간 40년을 기념하는 기획이다.
'해전사' 시리즈는 1979년 첫 권이 출간됐으며, 1989년까지 10년간 총 6권에 47명의 학자가 참여해 61개 주제를 다뤘다.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 광복과 반민특위, 미군정, 분단 등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뤄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일제 말기 친일파의 군상과 친일파 청산을 위해 출범한 반민특위 문제를 환기했다.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는 세 편의 글을 묶은 형식으로 구성됐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의 '1949년 반민특위와 오늘'은 미국의 냉전정책과 친일세력의 관계를 분석하며 해방전후사의 맥락을 짚었다. 반민특위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며, 역사의 힘으로 진실을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이어 1979년 '해전사' 1권에 실린 당시 경향신문 기자 오익환의 '반민특위의 활동과 와해'를 다시 실었다. 반민특위의 성립과 해체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한 글이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나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만들기 역사정신 체험하기'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기획하고 출간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책의 의미를 정리했다.
3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언호 대표는 "1945년 해방 전후의 역사를 제대로 논의해보자며 출발한 '해전사' 출간 40년이 됐다"며 "그중 가장 중요한 이슈가 친일 청산이었는데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민특위를 다시 살펴보면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이 책의 중심에 있다"며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인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반민특위는 1948년 9월 제헌국회가 제정한 관련법에 따라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의 방해 공작 등으로 1년 만에 와해했다. 올해는 반민특위 해체 70주년이기도 하다.
김민웅 교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으로 반민특위가 소환됐는데, 친일파는 생물학적으로 소멸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치적, 역사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김 교수는 "오늘 반민특위의 의미를 다시 묻는 것은 그 임무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반민특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반민특위의 역사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못했는데, 이를 다시 물으면서 우리의 과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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