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 중동정책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아랍세계 최강의 지도자는 MBS가 아니라 MBZ다".
MBS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약칭이다. MBZ는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아부다비 왕세제의 영문 약칭이다.
사우디의 MBS가 중동의 실세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영향력 등 MBZ(58)가 아랍권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등 최근 강경한 중동 정책은 MBZ가 그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NYT는 언급했다.
지난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영국에서 훈련받은 헬리콥터 조종사로 당시 UAE 공군 사령관을 맡고 있던 MBZ는 급거 워싱턴으로 날아가 헬파이어 미사일에서 아파치 헬기, F-16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첨단 무기들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보다 적은 인구를 가진 소국인 만큼 MBZ가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무엇보다 MBZ는 1조3천억 달러(약 1천500조원)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 군사 장비를 도입해 UAE 군사력은 아랍권 최강으로 꼽히고 있다. UAE의 특수부대는 현재 분쟁 중인 예멘과 리비아, 소말리아 및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 등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와 사우디의 독재정권 유지에도 기여하는 등 아랍권 민주화 저지에도 앞장서고 있다.
MBZ는 사실상 그동안 미국의 '지도'를 받아왔으나 세력이 커진 지금은 독자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종종 미국과 정책 충돌을 빚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예멘 사태와 같은 분쟁에 개입하거나 국내적으로 반대파들을 탄압하고, 또 자말 카슈끄지와 같은 반대파 언론인들을 암살하는 MBS를 지원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MBZ의 영향력이 전례 없이 비대해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와 리비아, 사우디 등 정책을 입안할 때 심지어 각료들이나 고위안보관리들보다 MBZ의 견해를 중시할 정도로 두 사람 간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의회의 반대를 우회해 사우디와 UAE에 대한 무기판매를 계속키로 한 것, 그리고 MBZ가 특히 두려워하고 있는 이란과 '무슬림 형제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강경책을 펴고 있는 것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MBZ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이너서클에 진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며 선거 후 정권 인수 기간에는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비밀회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접촉을 주선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에 연루되기도 했다.
매년 거르지 않고 미국을 방문했던 MBZ는 최근 2년간은 뮬러 특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것을 우려해 미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MBZ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편으로 미국이 그동안 MBZ의 힘을 너무 키워준 게 아니냐는 워싱턴 정가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무부 관리를 지낸 브루킹스연구소의 타마라 코프먼 위츠는 미국이 첨단 장비와 특수부대 육성, 무기 등을 UAE에 안겨줌으로써 '작은 프랑켄슈타인'을 키운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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