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서 독립유공자 자손·참전용사 회혼식 열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웨딩플로체 예식장에는 10쌍의 노부부가 섰다.
하얗게 센 머리, 주름진 얼굴에 몇몇 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연로했다. 하지만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노부부들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느리지만 힘차게 식장을 가로질렀다.
이날 웨딩플로체에서는 독립유공자 자손과 국가유공자 부부를 대상으로 한 회혼식이 열렸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은 올해 3·1 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관내 10쌍의 유공자 부부를 대상으로 사연 신청을 받아 이날 회혼식을 열게 됐다.
이모(90) 어르신은 아내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60여년 만에 올린 결혼식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6·25 전쟁을 겪고 다치며 제대로 결혼식을 못 했는데, 90살 나이에 결혼식을 올리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내와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애국지사 자손 정모(81)씨는 "예전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말년에 형편이 어려워지며 아내에게 고생을 많이 시켰다"며 "앞으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여생을 함께하자는 마음에 이번 회혼식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부부끼리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를 즐겼다. 자녀와 손자가 보낸 축하 영상이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의 지원과 봉사로 꾸며져 의미를 더했다. 웨딩플로체, MBC아카데미뷰티스쿨, 황철승웨딩스튜디오 등이 행사 장소와 메이크업, 사진 촬영 등을 지원했다.
대진대학교 학군단도 참석해 예도를 통해 결혼식을 빛냈다.
김장훈 경기북부보훈지청장은 "국가는 유공자들을 명예롭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족분들도 훌륭한 부모님 또는 조부모를 둔 것을 자랑스러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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