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앞두고 美 대사 "양국 정보공유에 영향 줄 것" 경고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영국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 후보들이 잇따라 화웨이 장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현 테리사 메이 총리와 달리 차기 영국 총리는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 후보군들이 화웨이 장비 배제를 촉구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영국을 국빈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영국 정부에 5세대(G) 통신망 구축과 관련한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전날 "외국 정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큰 기업이 매우 민감한 영국의 통신망 접근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영국 시스템에 스파이 행위를 위한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 역시 "내가 총리라면 영국의 안보와 중요한 안보 파트너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중국과 긍정적 파트너십을 갖기를 원하지만, 이는 안보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화웨이를 우리 5G 통신망 구축에 포함하는 것은 택해서는 안 되는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페니 모돈트 국방장관 역시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안보와 관련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주요 파트너들과의 안보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를 몰래 만들어 나중에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을 훔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메이 영국 총리는 그러나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5G 이동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화웨이의 핵심장비는 금지하되 비핵심 장비는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NSC 회의에서 5명의 각료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메이 총리는 이를 기각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우디 존슨 영국 주재 미국 대사는 만약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허용한다면 양국 간 정보공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대사는 또 통신망은 전체로 봐야 하며, 영국의 생각대로 핵심과 비핵심을 나누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에 앞서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대안을 갖고 있다면, 국가 안보 관점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영국은 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화웨이 장비 배제를 위해 영국 정부와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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