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천만원대 뇌물수수…성폭행 대신 '성접대' 뇌물 혐의에 포함
"경찰 수사외압 근거 없어…한상대 전 검찰총장 수사할 단서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1억7천만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3월 차관 내정 직후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가 드러난 지 6년 만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가 권고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성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강간치상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윤씨에게 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여성 이모씨와 맺은 성관계가 드러날까봐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킨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여기에 포함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12년 4월 윤씨의 부탁으로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줘 수뢰후부정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3천95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최씨는 차명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를 대주며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이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이듬해 11월13일 사이 세 차례 성폭행해 정동장애와 불면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2007년 11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동시에 이뤄진 김 전 차관과 이씨의 성관계는 폭행·협박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 아닌 성접대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검찰에서 "윤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며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폭행과 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하는 처지를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김 전 차관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접대 등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수수로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윤씨는 2011∼2012년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옛 내연녀 권모씨에게 빌린 21억6천만원을 돌려주지 않는 한편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한 혐의도 받는다. 윤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권씨도 무고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윤씨는 2008∼2015년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준다며 부동산개발업체 D레저에서 회삿돈 14억8천73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윤씨가 사기를 치거나 뜯어내려 한 액수는 44억여 원에 달한다.
검찰은 2013년 김 전 차관을 수사하던 경찰 지휘라인을 좌천시키는 등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곽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전 민정비서관)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첩보수집·수사 업무를 한 경찰관들은 청와대 등 외부에서 질책이나 부당한 지시 또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당초 대검 진상조사단에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에서 "그런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인사 역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인사에 관여한 당시 경찰청 관계자들은 "신임 경찰청장 부임에 따른 통상적 인사였다. 시기와 규모·대상·전보지 등에 비춰 부당한 인사조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학의 동영상'을 감정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직원을 보내 감정결과를 확인하려 한 사실은 있지만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결론내렸다. "이미 감정 결과를 보낸 상태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감정결과를 설명해줬다"는 당시 국과수 관계자들 진술이 근거가 됐다.
검찰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등 검찰과거사위가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로 지목한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의 유착 의혹 역시 살펴봤으나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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