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70% 가동 중단 추산…대체인력 투입 못해
건설사 대체 후속공정 진행으로 피해 줄여…"파업 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서울·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신호경 홍국기 기자 =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건설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이틀 정도로 알려졌던 파업이 노조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때문이다.
4일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건물 등 건축 공사 현장은 현재 타워크레인 작업이 중단됐다.
대한건설협회는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4일 전면 파업에 대비해 3일 오후 늦게부터 타워크레인 운전석을 하나둘씩 점거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3천500여대의 크레인 가운데 약 70%인 2천500대가량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사들은 대부분 양대 노조의 반발과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비노조원 기사를 투입하는 등 노조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하면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현장은 최근 민노총과 한노총 충돌에 이어 이번에 타워크레인 파업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앞서 지난달 양대 노총의 현장 점거로 사흘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으며, 4일에도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크레인을 이용한 자재 인양을 못하고 있다.
이 현장에는 현재 타워크레인 5대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공정률이 16% 정도로 지하층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인데 철근 등 자재 이동에 타워크레인이 사용된다.
현대건설[000720] 관계자는 "며칠 정도는 후속 공정을 앞당기는 선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지연과 이에 따른 입주 지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파업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중인 여의도 파크원 현장은 현재 타워크레인 7대가 모두 멈춰섰다. 이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69층 높이의 대규모 오피스 건물로 현재 공정률이 55%에 이른다.
회사 측은 타워크레인과 무관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공정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단기간 파업은 공정관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장기화했을 때가 문제"라며 "공기 지연에 따른 원가 상승 문제는 물론 아파트의 경우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보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건설은 현재 15개 현장 가운데 12개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중단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가동 중인 크레인의 70%가 노조원들에 점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파업 현장 가운데 공사 진행이 불가피한 곳은 이동식 크레인을 가져와서 진행하거나 크레인이 필요없는 작업 위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현장 14곳에서 타워크레인 61대를 운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중 67%인 41대가 파업으로 작업을 멈춘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이날 파업 예고로 타워크레인이 필요한 작업은 전날까지 미리 해놓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현장 운용에 큰 문제는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동식 크레인 운용도 고려할 수 있으나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타워크레인 없이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 파업이 길어지면 크레인을 이용한 자재 이동과 골조 공사가 불가능해져 후속 공정에도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에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는 조항에 의해 당장 타워크레인이 필요한 현장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가뜩이나 공사 현장에서 양대 노총의 충돌로 어려움이 많다 보니 노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가급적 노조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은 임금 인상과 더불어 양대 노조의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요구를 국토교통부가 거부하면서 무기한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무인 타워크레인은 무게 3t 미만의 소형 크레인으로 조종석 없이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기계다. 타워크레인 기사가 아닌 20시간 교육을 받은 현장 인력이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다.
양대 노총은 이번 파업에 앞서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사용이 급증하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노조가 소형 크레인이라는 정책을 빌미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건설업계도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정확히 집계된 것이 없고 실제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가 막무가내로 무인크레인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결국 피해는 건설현장과 건물주, 아파트 입주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빠른 시일 내 파업이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