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남산서 승용차 트렁크에 실은 건 확인…수령자 확인 안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혐의없음' 처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일명 '남산 3억원' 사건을 재조사한 검찰이 이번에도 의혹의 핵심이었던 '최종 수령자'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다만 관련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노만석 부장검사)는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신 전 사장 측 비서실장이었던 박모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실무자급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약식기소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17대 대선 직후 이백순 전 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아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뒤,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주차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고(故)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중 일부가 '남산 3억원' 자금 보전에 사용됐다.
이 같은 의혹은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 측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측이 갈려 고소·고발이 이어진 '신한 사태' 수사과정에서 불거졌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의심되는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검찰은 비서실장 박씨와 비서실 부실장 송모씨가 현금 3억원이 든 가방 3개를 남산자유센터주차장에 가져가, 신원을 모르는 남자가 운전한 차량 트렁크에 실어준 사실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이 핵심인 3억원의 수령자와 명목을 밝혀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돈 가방을 나른 박·송씨도 '수령자 인상착의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수령자로 의심받은 이상득 전 의원 측은 수령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 전 행장도 '3억원 존재 자체가 날조'라며 일체 사실에 대해 함구했기 때문에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수사가 미진해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 전 행장 등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에 진척이 없었던 것이며 수사가 미진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과거사위가 위증 혐의로 수사 권고한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 가운데는 이 전 행장 등 2명만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 대상이 아닌 신 전 사장도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신 전 사장은 남산 3억원을 보전·정산하기 위해 2008년 경영자문료를 증액했음에도 "2008년 경영자문료 증액은 이 명예회장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참석 때문"이라고 위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이희건 명예회장과 무관한 경영자문료를 조성한 뒤 비서실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관리·집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비서실 내부에서 이 명예회장의 재가를 받아 이 명예회장을 사용한 것처럼 조직적으로 말을 맞추고 사용내역을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행장의 기소 처분에는 남산 3억원 전달에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에도 침묵하며 불법행위를 비호한 점, 경영자문료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몰랐다'고 위증한 점 등이 고려됐다.
라 전 회장은 남산 3억원 조성 또는 전달을 지시했거나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았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위 전 은행장도 관련자 진술번복 등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한편, 검찰은 과거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신 전 사장에 대해 거짓 고소를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 전 사장이 경영자문료 조성 경위 및 사용처 등에 대해 거짓 진술을 모의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신한은행 측의 무고성 기획 고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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