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골든마우스 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청취자들 사이 안 보이는 어깨동무, 연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것들이 '여성시대'의 힘, '여성시대'가 주는 위로가 아닐까요."
가수 양희은(67)은 4일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MBC 표준FM(95.9㎒) '여성시대'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시대(大)'라는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또 따고 그렇게 공부하는 기분"이라며 진행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오는 7일은 그가 '여성시대' 마이크를 잡은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5만 8천여통, 방송 시간은 1만 4천600시간에 이른다.
양희은은 '여성시대'로 MBC가 2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사람에게 주는 상 '골든마우스 상'도 받게 됐다. 이종환, 김기덕, 강석, 김혜영, 이문세, 배철수, 최유라, 임국희에 이은 역대 9번째 수상자다.
양희은은 "20년을 목표로 이 방송을 시작했다면 절대 할 수가 없다. 그저 1∼2년 정도 생각했다"며 "밖에서 볼 땐 감탄하겠지만 그냥 하루하루가 쌓인 것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시대' 인기 원동력으로는 "털어놓지 못하는 얘기를 털어놓는 그 가슴이 뭔지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객관화를 거치고, 그렇게 매 맞는 아내는 쉼터로 나올 용기가 생긴다"며 "저 어려움이 뭔지 나도 알고 있다고 할 때 일어나는 공감의 파도가 '여성시대'의 힘이자 위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시대' 사연들이 가볍다기보단 묵직하게 감성을 누르는 사연들이 많았다. 제 갱년기와 겹쳐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희재 엄마'라는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꼽았다.
양희은은 아련한 목소리로 "너무 아파 팔도 잘 쓸 수 없는 말기 암 환자 희재 엄마가 아들 생일 축하 편지를 사흘에 걸쳐 써서 보내준 편지였다"며 "당시 30주년 음반을 준비 중이었는데 희재 엄마와 이 땅의 많은 소녀 가장들에게 헌정하는 음반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음반을 그렇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2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비결로 그는 "'여성시대'는 사람들이 욕심을 갖고 글을 쓰는 곳이 아니다. 자기를 정리하고 털어놓는 프로그램"이라며 "MC로서의 기술은 정말 필요가 없다. 그냥 전달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애썼다. 사투리가 들어가면 사투리도 섞어가며 하고, 안 보던 TV 드라마에 사투리를 잘 쓰는 배우가 있으면 유심히 듣기도 했다"며 "그런데 그게 비결도 아니고, '여성시대'의 모든 힘은 편지 써서 보내주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재차 강조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여성시대'에서 방송작가로 일한 박금선 작가는 "양희은 선생님 개인에게 오는 편지도 많다"며 "양희은 선생님이 안아주면서 비밀을 지켜줄 것 같고, 또 약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야단쳐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3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사회 변화상도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양희은은 "예전엔 폭력 남편 사연이 많이 왔지만, 요즘은 덜하다"면서 "'여성'이라는 이름을 내건다는 건 그만큼 여성에게 아픔이 많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 제목 앞에 다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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