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고도비만은 심각한 질병…"몸에 맞는 수술 찾아야"

입력 2019-06-05 07:00  

[명의에게 묻다] 고도비만은 심각한 질병…"몸에 맞는 수술 찾아야"
위절제수술, 비만 치료효과 크지만 '위암위험' 등 꼼꼼히 따져야
수술 후 식사는 '조금씩 꼭꼭'…갑작스러운 혈당증가 '덤핑증후군' 주의

(서울=연합뉴스) 이혁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김길원 기자 =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질병 중 하나다. 이 중 과도한 비만 상태를 일컫는 '고도비만'은 심각한 질병으로 간주한다. 의학적으로는 체중(㎏)을 키의 제곱(㎡)의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본다.
국내 고도비만 유병률은 1998년 0.7%에서 2001년 1.8%, 2014년 2.4%, 2016년 5.3%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고도비만 유병률이 2030년 9.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문제는 BMI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에 해당하면 신체가 비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계점에 이르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꼽힌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줄이지 못하거나 동반한 합병증을 완화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수술은 단순한 체중 감량 외에 고혈압, 당뇨병 등 비만과 관련된 대사성 질환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 미용 차원의 비만수술과는 구별된다.
비만대사수술은 국내에서 2003년 시작된 이후 현재는 연간 약 500건이 시행되고 있다. 더욱이 이 수술은 올해부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대상 환자는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다.
비만대사수술은 크게 위 크기를 줄여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는 '섭취제한' 수술과 위, 소장 사이에 우회로를 만들어 음식물 소화 역할을 하는 소장의 첫 부분을 지나지 않게 하는 '흡수제한' 수술로 나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한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수술하려면 먼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검사해야 한다. 아울러 내시경 검사와 수술 후 문제가 되는 담석을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도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정신과적인 상담이다. 우울증이나 섭식 장애가 있으면 수술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알코올과 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 역시 정신과적 치료가 우선이다.

가장 대표적인 비만대사수술은 '위우회술'이다.
위우회술은 위를 식도 바로 아래에서 30㏄ 정도의 용적만 남기고 잘라서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해 주는 수술 방식이다.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면서 이미 섭취한 음식물의 흡수까지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런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중 감소 및 당뇨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술이 다소 복잡하고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건 단점이다. 또 우리나라처럼 위암이 흔한 나라에서는 분리된 위에 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분리한 위를 몸 안에 남기지 않고 제거해 버리는 '절제 위우회술'도 시행되는 추세다.
두 번째 비만대사수술은 '위소매절제술'이다.
이 수술은 식사 후 위가 늘어나는 부분인 위의 대만부(앞에서 봤을 때 위의 왼쪽 부분)를 소매 모양으로 길쭉하게 제거함으로써 식사 후에도 위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수술 방법이 위우회술보다 매우 간단하고 수술 시간도 짧은 편이다. 체중 감량 효과도 위우회술에 견줘 대등하지만, 장기간의 당뇨 조절 효과는 위우회술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10년 이상 추적결과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보다 29∼4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만대사수술의 효과가 단순히 체중 감량으로 그치지 않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등 여러 동반 질환을 호전시키기 때문이다.
체중으로만 보면, 수술 후 첫 1년간은 급격하게 체중이 줄어들고, 그 이후에는 감소한 체중이 유지되거나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대부분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10% 내외, 수술 사망률은 1% 이하로 매우 안전한 편이다.
다만, 수술 후에는 위가 작아지고 음식물을 잘게 갈아주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조금씩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또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갑자기 섭취하면 갑작스러운 혈당 증가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덤핑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덤핑증후군은 식후에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하면 어느 정도 예방이 된다. 물은 끼니 사이에 많이 마시는 게 좋지만, 식사할 때 음식물과 같이 마시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대개 수술 2∼6주 후부터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으며, 합병증이 없으면 2∼3개월 후부터는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비만대사수술이 쉽고 편하게 비만을 치료하는 탈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술로 위가 작아졌지만 포만감을 느낀 이후에도 음식을 더 섭취하면 위나 소장이 그에 적응해 또다시 늘어난다. 특히 초콜릿, 음료 등 고열량 간식은 포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수술 직후 아예 음식을 기피하는 것도 좋지 않다. 회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개인에게 적합한 식사량과 횟수 등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이혁준 교수는 199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위장관외과 분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위암 수술, 복강경 및 로봇 수술 및 비만대사수술의 권위자다. 유문보존위절제술로 대표되는 위암의 기능보존위절제술 및 위암 환자 삶의 질 연구에도 조예가 깊다. 국내 최초로 '비만대사외과학' 교과서 집필에 편찬 대표로 참여했으며, 현재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총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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