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공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NK세포는 T세포와 함께 대표적인 면역세포로 꼽힌다. 주 기능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수용체의 발현도에 따라 NK세포의 증식 규모가 달라지는 메커니즘을 독일 뮌헨공대 과학자들이 처음 확인했다.
이는 진화과정에서 NK세포에 전해진, 원시 형태의 '면역기억(immunological memory)'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평가한다.
이 대학 의대의 파이트 부흐홀츠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이뮤니티(Immunity)'에 발표했다. 부흐홀츠 교수는 이 대학 산하 의학미생물학·면역학·위생학 연구소의 리서치 그룹 리더를 맡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CMV)에 감염돼 있다.
이 바이러스는 인체 안에서 평생 기생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NK세포가 T세포와 함께 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 신생아,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NK세포는 Ly49H 같은 표면 수용체를 이용해 CMV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낸다. 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NK세포((Ly49H-NKs)는 CMV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CMV 감염 상황에서 Ly49H-NK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CMV에 감염된 생쥐를 모델로 개별 Ly49H-NK의 면역 반응을 추적 관찰했다.
먼저, 결합하는 Ly49H 수용체의 발현도에 따라 Ly49H-NK의 복제 규모가 극명히 달라진다는 걸 알아냈다. Ly49H의 발현도가 높을수록 NK세포가 더 많이 복제돼 더 효과적으로 CMV를 퇴치했다.
이런 성향은, 하나의 NK세포를 조상으로 하는 후손 세포들이 모세포(parent cell)의 Ly49H 발현 수위를 물려받는 식으로 유전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이처럼 NK세포의 증식 규모를 제어하는 특성의 유전이 관찰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같은 연구소 동료인 지목 그라스만 박사는 "면역 반응의 절정을 넘긴 뒤에도, Ly49H의 발현도가 높은 NK세포는 늘어난 숫자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의) 탐색이 가능한 상태로 남았다"면서 "이는 NK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면역기억의 존재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역기억은 한번 노출됐던 항원에 다시 자극받는 것으로, 면역반응이 처음보다 더 빠르고 강하다. 면역기억이 존재한다는 건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에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인간의 NK세포도 CMV 감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