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케빈의 좌충우돌 데뷔전…3이닝 1실점 합격점

입력 2019-06-04 20:18  

SK 이케빈의 좌충우돌 데뷔전…3이닝 1실점 합격점
재미교포 이케빈, 구단 해체·방출 아픔 딛고 키움전서 첫 등판
잘 던지다 상대 타자 타구 맞고 흔들…절반의 성공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이케빈(27)이 프로야구 KBO리그 데뷔 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케빈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3볼넷 1실점(1자책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그는 경기 초반 씩씩하게 잘 던졌다. 1회 말 제리 샌즈에게 볼넷을 허용했을 뿐,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는 삼자 범퇴로 막았다.
3회엔 아웃 카운트 2개를 먼저 잡았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케빈은 후속 타자 이정후와 대결에서 예상치 못한 불운을 겪었다.
그는 이정후의 빗맞은 타구에 오른손을 맞았다.
SK 손혁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몇 번이나 몸 상태를 물을 만큼 통증은 심각해 보였다.
그러나 이케빈은 이를 악물었다. 괜찮다는 말을 연거푸 하며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이케빈은 보란 듯 후속타자 김하성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잡고 포효했다.
3회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타구에 맞은 여파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케빈은 4회에 선두 타자 샌즈에게 좌전 안타, 박병호와 장영석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너졌다.
그는 무사 만루 위기에서 박민호에게 공을 넘겼다. 박민호는 무사 만루를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이케빈의 데뷔전을 도왔다.

이케빈이 한국 무대 마운드를 처음 밟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다. 학창시절을 모두 미국에서 보냈다.
고교 시절과 대학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았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지명은 받지 못했다.
그는 야구 선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모국인 한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한국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이케빈은 한국 이중 국적을 취득한 뒤 운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양원더스, 연천 미라클 등 독립구단도 전전했다.
그러나 이케빈을 찾는 구단은 없었다. 그는 시속 150㎞대 직구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프로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16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전체 11번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프로 유니폼은 입었지만, 이케빈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어깨부상까지 겹쳤다. 그는 2018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이케빈은 도전은 계속됐다. 몸 상태를 회복한 이케빈은 테스트를 거쳐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침 SK는 기존 선발 문승원의 부상과 외국인교체로 선발 자원에 구멍이 생겼다.
이케빈은 염경엽 감독의 부름을 받아 4일 키움 전에서 꿈에 그리던 무대에 당당히 섰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이정후의 공에 맞은 뒤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그만큼 절실한 기회였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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