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빈방문에 런던 등 英 곳곳서 대규모 항의시위(종합)

입력 2019-06-04 23:42  

트럼프 국빈방문에 런던 등 英 곳곳서 대규모 항의시위(종합)
'트럼프 베이비' 이어 '황금 변기에 앉은 트럼프 로봇' 등장
트럼프 "소수의 시위대밖에 못봐…대규모 시위는 '가짜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틀째를 맞아 수도인 런던과 버밍엄, 옥스퍼드, 에든버러, 글래스고 등 영국 곳곳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총리관저 인근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여성과 동성애자, 유색인종에 차별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트래펄가 광장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중인 곳에서 불과 수백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역시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코빈 대표는 전날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불참했다.
그는 "누구든지 만나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인종차별주의 등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난민들은 적처럼 취급돼서는 안된다. 그들 역시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영국에 도착하면서 노동당 출신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게 무능하다며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무역협정 논의에서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국민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가장 싫어하는 외국 정상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유고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만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고, 여성 중에서는 그 비율이 14%에 그쳤다.
이날 시위에서는 지난해 반 트럼프 시위대가 선보였던 '트럼프 베이비'(Trump baby) 풍선이 다시 등장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오전 의사당 인근 의회광장에 20피트(약 6m) 크기의 트럼프 베이비 풍선을 띄웠다.
100피트(약 30m) 상공까지 오를 수 있는 트럼프 베이비 풍선은 기저귀를 차고 휴대전화를 쥔 모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16피트(약 4.9m) 크기의 '트럼프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 로봇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지를 끌어 내린 채 황금색 변기에 앉아서 휴대전화로 트윗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공모는 없었다"(No collusion), "가짜 뉴스"(You are fake news), "나는 안정적인 천재"(I'm very stable genius) 등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와 방귀 소리가 흘러나오도록 설계됐다.



로봇은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반 트럼프 운동가인 돈 레셈이 만든 것으로, 그는 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치"라며 "우리는 이것이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는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한다(He's a would-be dictator)"고 말했다.
이날 반 트럼프 시위는 당초 수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다는 참여자가 적었다.
반 트럼프 시위 한편에서는 빨간 모자 등을 쓴 소수의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모습도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자신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이 총리와 만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반 트럼프 시위에 관해 묻자 "어제는 시위대를 보지 못했다. 오늘 보긴 했지만 매우 작은 그룹이었다"면서 대규모 반 트럼프 시위 기사에 대해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어제 버킹엄궁 등을 오가면서 미국과 영국 국기를 들고 자신에게 환호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을 봤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 국빈방문과 관련한 트윗에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지자들의 엄청난 군중"이라며 "아직 항의 시위자들은 못 봤지만, 가짜뉴스는 그들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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