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세출위원장 "이민자 권리와 존엄 유지할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장벽 건설비를 한 푼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올해 초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향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또다시 양측의 대충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하원 민주당은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국토안보부 예산안에 장벽 건설비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하원 세출위원회장인 니타 로이(민주·뉴욕) 의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공개하며 "국가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 의원은 "이민자의 권리와 존엄을 유지하고, 헛된 국경장벽을 위해 우리를 실제로 안전하게 하는 조치들로부터 자금을 훔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힐은 "국경 보안을 둘러싼 또 하나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싸움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57억 달러의 멕시코장벽 건설자금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35일 동안 연방정부 가동을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여론에 떠밀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13억5천만 달러의 타협안을 묵인하고 연방정부 업무를 재개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15일 멕시코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의회 승인 없이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 방식으로 장벽 건설에 착수했다.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장벽 건설비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초강경 이민정책을 앞세워 재선 고지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와 예산 관련 요구에 대해 광범위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에 국무부와 환경보호청, 국립보건원(NIH), 교통부 등의 국내 지출을 최대 10%까지 삭감할 것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국내 지출에 340억 달러, 국방에 170억 달러를 추가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그의 제안을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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