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美 관세부과 전에 합의할것 같다…대화 잘 돼가"

입력 2019-06-05 03:08  

멕시코 대통령 "美 관세부과 전에 합의할것 같다…대화 잘 돼가"
로페스 오브라도르 "필요하다면 트럼프와 만날 것"…관세부과 피하나
'美, 경제 무기로 찍어 누른다' 멕시코 내 반발 정서 확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향해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관세부과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멕시코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낙관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오는 10일 이전에 양국이 합의에 도달할 것 같다고 밝혔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런 발언은 멕시코 대표단을 이끄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이 관세, 이민문제 등을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과 5일 워싱턴DC에서 회담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으로 건너간 멕시코 대표단이 미 상무ㆍ농무부 장관, 고위 정부 관리들과 접촉했다고 전하면서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회담이 중요하다. 나는 10일 이전에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중미 이민자의 미국 불법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10월까지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관세 담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만약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며 각료, 싱크탱크, 민간 부문 관계자들과 사전 물밑 접촉을 벌인 에브라르드 장관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낙관적인 입장을 뒷받침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주미 멕시코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우리가 본 바에 따르면 우리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세부과는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을 할 수 있고 이런 태도가 바람직하다"며 "해결책에 합의할 가능성이 80%"라고 적었다.

암로는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외교부 장관과 재무장관을 파견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참석자들이 내가 동의하지 않는 무역 전쟁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지도자들은 차라리 세계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멕시코가 중미 국민의 불법 이민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주장에 대해 멕시코는 수치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멕시코 이민청은 이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온두라스 이민자 100명을 항공편으로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로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멕시코는 올해 들어 합법 이민 서류를 구비하지 않은 중미 이민자들의 추방을 급격히 늘렸다고 반박했다.
추방자 수는 2월 7천373명, 3월 9천113명, 4월 1만4천970명, 5월 1만5천654명으로 갈수록 증가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하면 양국에 피해를 주고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자국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멕시코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골치를 앓는 불법 이민이라는 국내 문제를 멕시코가 중미 국가와 미국 사이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강대국 미국이 관세와 같은 경제적 무기를 동원해 멕시코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반발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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