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문-직업계 통합교육 구현 독일 '게잠트슐레'를 가다

입력 2019-06-05 09:59  

[르포] 인문-직업계 통합교육 구현 독일 '게잠트슐레'를 가다
이재정 "한계 직면한 특성화고 직업교육의 나아갈 방향"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독일 헤센주(州)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중등학교인 이게에스 노르트엔트(IGS Nordend·Integrierten Gesamtschule)는 인문계와 직업계가 통합된 형태의 종합학교(게잠트슐레·Gesamtschule)다.


일반적으로 독일 학생들은 만 6세에 초등학교 그룬트슐레(Grundschule)에 입학해 4년 교육과정을 마치고, 만 10세부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중등학교인 인문계(김나지움)로 진학해 대입 준비를 하거나, 직업계(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를 선택해 실습 중심의 직업교육 후 취직한다.
학교와 지자체, 기업 간의 협력으로 지난 100여년 간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이 같은 독일 교육 체제는 1970년대를 전후로 개혁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10살이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직업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했고, 대안 모델로 인문계와 직업계 학교 졸업장을 모두 발급하는 종합학교인 게잠트슐레가 제시된 것이다.
독일을 방문 중인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4일(현지시각) IGS 게잠트슐레는 방문해 이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 철학과 교육법, 진로·직업교육을 살펴봤다.
전교생 600명 규모의 IGS 게잠트슐레의 가장 큰 특징은 ▲ 인문계·직업계 구분 없는 통합교육 ▲ 학생별 능력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 ▲ 교사-교사, 교사-학생의 팀 문화를 꼽을 수 있다.

IGS 게잠트슐레 교장단의 플로리안 노이키르헨 교장은 "우리 학교의 융합 교육은 '학생들은 모두 다르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라며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주 4시간 학생 스스로 공부할 과목과 진도 등을 구성하는 수업(SOL)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이키르헨 교장은 또 "'이것은 펜이다'라는 식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예를 들어, '보트 만드는 법'을 통해 예산 책정하기(수학), 물 위에 배 띄우기(물리), 영어로 된 조립설명서 이해하기(언어) 등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학교가 점차 확대하는 수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문계, 직업계 반 구분 없이 이런 공통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적성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8학년부터 담임교사와 상담을 통해 진로 방향을 정하고, 졸업을 앞두고 인문계 또는 직업계를 선택한다.
직업계를 선택한 학생은 현장 실습형 직업교육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에 뛰어들고, 인문계를 선택한 학생은 대입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보기 위한 상급 교육기관에 입학한다.

학생들이 내신과 대입 수능에 내몰려 진로 탐색과 자신의 적성에 대해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달리, 독일 게잠트슐레 학생의 경우 충분한 시간에 걸쳐 자아를 탐색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6년간 같은 학급을 맡아 학생별 특성을 면밀히 살펴 진로 결정 시 조언을 해주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외에도 지자체가 지원·운영하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상담 인력, 노동 관련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학생의 진로 상담과 교육이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치중되어 있다면, 독일에선 학교-정부-지자체가 공동 책무를 지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은 "우리나라의 학생 직업교육은 고등학교 3년 동안에 모두 이뤄지는 데 이 기간은 상당히 짧고 부족하다"라며 "또 특성화고 학생 상당수가 취업 대신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일반고 학생 중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등 특성화고와 일반고의 직업교육이 직면한 한계점 등도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방문한 게잠트슐레의 수업 방법과 과정, 진로교육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며 "우리나라 직업교육도 이 게잠트슐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경기도교육청만의 미래 진로·직업교육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 중인 이 교육감은 지난 3일(현지시각)엔 헤센주 교육부와 프랑크푸르트 오버우어젤에 위치한 발도르프 대안학교(발도르프 슐레 포어 더 타우누스)를 방문해 독일교육 전반과 직업교육 현황 등을 살폈다.
5일(현지시각)에는 베를린으로 이동해 독일의 통일 교육 현황도 둘러볼 예정이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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