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비율 3배 이상 급증…채권자 위험성도 증가
교육·보건·인프라 확충 vs 부도·경제위기·생산성 저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흥개발도상국(EMDEs)의 정부 부채가 급증한 데다가 그로 인해 각국 경제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 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부채: 공짜점심은 없다'는 별도 분석을 통해 이같이 경종을 울렸다.
일단 신흥개도국들의 부채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부풀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신흥개도국들은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 급성장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15%로 줄였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함께 이 비율은 작년에 평균 51%를 기록하는 수준까지 급속도로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신흥개도국 60% 정도에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0% 이상일 정도로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신흥개도국 3분의 2 정도가 원자재 수출국인 터라 불황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세계은행은 이처럼 팽창하는 정부부채가 속성을 들여다보면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을 대는 채권자가 해외투자자이거나, 부채의 만기가 짧거나, 금리나 지불 유예기간 등에서 다른 시장과 비교할 때 각박한 조건을 지닌 부채가 늘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작년에 신흥개도국 부채 가운데 해외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의 중간값은 50%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는 신흥개도국이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에 더 취약해지고 쉽게 국가신인도가 추락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정부부채 위험성이 민간부채와 함께 불어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지적했다.
신흥개도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의 비율 평균은 2007년 98%에서 작년 169%까지 상승해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부채 규모가 크고 비중도 높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개도국을 보더라도 그 비율은 107%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위기가 오면 정부의 민간 지원으로 민간부채가 정부부채로 이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부채의 적정선이 어디인지 뚜렷한 합의는 없지만 과도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세계은행은 정부부채는 기간시설, 보건, 교육, 사회안전망 등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투자로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고 단기적으로는 국가 거시경제의 부침을 안정화할 수 있는 효용도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공짜점심이란 것은 없다"며 비용이 편익을 상쇄하고 남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기존 부채를 신규 부채로 대체할 때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지 못해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부채가 많은 정부는 경기침체 때 부양책을 운용할 여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때문에 생산성 향상의 동력인 민간투자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은행은 "현재 글로벌 저금리, 저성장 환경에서 정부부채 수위에 대한 우려가 작아질 수 있다"며 "투자감소를 고려할 때 정부의 추가 자금차입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비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역사를 볼 때 명암이 존재한다며 저금리 활용과 과도한 부채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라고 신흥개도국들에 권고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