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평균자책점 1.35…득점권 피안타율은 '0.043'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 시즌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대결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과 타자들은 상당히 어려운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경기당 2점도 안 주는 데다가 득점권에서 안타를 맞을 확률은 0.043에 불과한 투수를 상대로 어떻게 점수를 뽑아야 하나?'
정해진 시험 시간 내에 답을 찾지 못하면 그저 패배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역투로 7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9승(1패)째를 따냈다.
6이닝 2실점 한 지난달 26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2회에 2점을 준 이래 해당 경기 4이닝과 5월 31일 뉴욕 메츠전 7⅔이닝을 합쳐 3경기에서 18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평균자책점을 1.35로 떨어뜨렸다.
경기당 1점을 갓 넘는 수준의 점수만 줄 정도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특급투수로 성장했다.
실점권(상대 팀엔 득점권)에서 류현진은 더욱 빛난다.
이날 5타수 무안타를 포함해 올 시즌 실점권에서 47타수 2안타라는 극히 낮은 피안타율(0.043)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5일 빅리그를 압도하는 위기관리 능력의 진수를 선사했다.
야수진의 예상치 못한 실책으로 맞이한 1회 2사 1, 3루를 시작으로 3회 1사 2루, 7회 1사 1, 2루 등 5차례의 실점 위기에서 류현진은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1회엔 풀 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크리스천 워커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았다. 워커는 완전히 배트도 돌리지 못한 채 힘없는 땅볼로 찬스를 날렸다.
3회엔 두 타자가 류현진의 팔색조에 삼진과 땅볼로 물러났다.
류현진은 1사 2루에서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에게 커브,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등 서로 다른 구종을 던진 뒤 몸쪽에 빠른 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체인지업으로 애덤 존스를 땅볼로 요리했다.
7회 마지막 위기를 벗어난 것도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끌어당긴 닉 아메드의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로 이어졌다.
이날 공 104개를 던진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41개나 뿌렸다.
알고도 당한다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애리조나 타자들은 숱한 땅볼만 양산했다. 아웃 카운트 15개가 땅볼로 채워졌다.
경기를 해설한 전직 메이저리거 김병현(40)은 류현진이 같은 폼, 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서로 다른 구종을 던지니 타자들이 갈피를 못 잡는다고 평했다.
상대 타자의 처지에서 류현진은 이미 어떤 공을 던질지 좀처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투수다.
방망이를 그대로 들고 서 볼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이순신 타법'은 류현진에겐 절대 안 통한다.
컨트롤이 좋아 볼넷을 안 주는 투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게다가 스트라이크 존 내외곽을 찌르는 류현진의 제구가 워낙 정교해서 타자들이 유혹을 참기 어렵다.
그렇다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려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확률상 안타가 될 가능성이 작을뿐더러 투구 수도 늘리지 못한 채 일찌감치 타격을 마치면 도리어 류현진만 도와주는 꼴이라 이 방법도 신통치 않다.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도 적시타를 못 친다면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건 어떨까.
류현진은 올해 정규리그 개막과 함께 4월 말까지 5경기 연속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5월 6경기 45⅔이닝과 6월의 첫 경기까지 7경기 내리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
홈런으로 류현진을 무너뜨릴 방법도 막혔다. 류현진이 경기 초반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이상 상대 팀이 점수 뽑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