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기업에도 '사드식 보복'하나…포드차 '첫 사례'

입력 2019-06-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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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기업에도 '사드식 보복'하나…포드차 '첫 사례'
중국내 美기업들 "당국 점검 늘어" 불안…아직은 대미경고 성격 짙어
마이크론·삼성·하이닉스 메모리 반독점 조사중…"남 일 아냐" 우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중국 합작 법인이 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벌금을 맞았다.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과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롯데 등 한국 기업에 그랬던 것처럼 갖은 행정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중국의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5일 창안포드의 반독점 행위가 적발돼 1억6천280만 위안(약 277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번 사안을 미국과의 갈등 국면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미국의 대중 관세율 인상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고, 중국이 기존 '저자세'에서 벗어나 각종 보복 수단을 구체화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번 벌금 부과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포드에 대한 벌금 부과 조처를 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중국의 가장 최근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 악화 국면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가 '오비이락' 격으로 중국 당국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해인 2016년에도 중국은 반독점 위반 혐의로 GM에 2억 위안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최근 들어 미국 기업들을 직접 겨냥해 보복할 수 있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던져왔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보낸 화물이 미국 페덱스 본부로 보내진 '배달 사고'를 이유로 중국은 페덱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미국 정부의 제재로 퀄컴, 인텔 등 미국 기술 업체들이 화웨이(華爲)와 거래를 끊자 중국은 '배신자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터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당국은 사업 인·허가권에서부터 반독점 조사, 소방·위생 점검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강력한 규제권을 갖고 있다.
이번 벌금 부과만 놓고 보면, 포드차의 전체 사업 규모에 비춰봤을 때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때리기'가 본격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면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최근 회원사 25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53.1%) 응답 기업은 중국 정부의 비관세 보복 증가를 느끼지 않았지만, 나머지 절반가량은 당국 점검 확대(20.1%), 통관 지연(19.7%), 면허 등 승인 지연(14.2%) 등의 보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다만 중국이 아직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협상 타결 의지를 지속해 강조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도 있어 중국의 미국 기업 압박 행보가 곧바로 전면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아직은 '대미 경고'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터뜨릴 수 있는 진짜 '폭탄'은 메모리 반도체 3사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조사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작년 5월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사를 반독점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3사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데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고가에 중국 고객사들에 제품을 팔았다는 의혹이 조사 대상이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당국자는 작년 11월 기자회견에서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들은 3사의 담합이 인정되면 최대 80억 달러(약 9조4천억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가뜩이나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끊어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난 상태다.
마이크론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국 기업 압박 조짐이 한국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한 경제 소식통은 "중국이 특정 나라를 겨냥해 반독점이나 반덤핑 등 조처를 할 때에는 공정함을 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다른 나라를 끼워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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