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국회 날리고 6월 국회도 '시계제로'…"10년 같은 한 달이었다"
나경원 대신 황교안에 독설…헝가리 참사에 단독 국회소집 보류
내달 연차내고 '통일 걷기' 계획…그 전까지 '추경 통과'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오는 8일로 20대 국회 4기 여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꼭 한 달이 된다.
사실상 총선 체제로 돌입한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국회 파행이 상시화된 국면에서 대야 협상의 최전선에 나선 이 원내대표는 지난 한 달 내내 '가시밭길'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성 운동권 이미지를 벗고 '이인영이 변했다'는 구호로 당내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그는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이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간 헛바퀴만 도는 와중에도 인내를 잃지 않았다.
국회에 입성한지 15년째인 이 원내대표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하는 동안 뭐가 이렇게 안 풀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 한 달이 정말 10년 만큼 길었다"고 토로했다.
한 달 전 이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은 '정성'이었다.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저자세를 취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첫 회의 공개발언에서 세 가지 키워드로 정쟁이 아닌 민생, 불통이 아닌 경청, 투쟁이 아닌 경쟁을 내걸고, "품격있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 인사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는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전적으로 호응하는, 평소 그답지 않은 '붙임성'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성사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의 '맥주 회동'은 모처럼의 여야 협치로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 원내대표는 4기 원내대표단 별칭을 '민생대표단'으로 정하고,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는 패스트트랙이 아닌 비쟁점 민생법안부터 논의를 시작해 타협의 여지를 파고들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혔다.
원내대표단 구성도 '탕평' 인사로 유연성을 보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첫 정치적 시험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에 맞서 장외투쟁을 강행한 한국당이 아직도 원내 복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로 제1야당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꽉 막힌 패스트트랙 정국을 풀어내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실상 철회를 고수하는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요원한 데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패스트트랙 문제 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실제 5월 국회를 '개점휴업'도 아닌 '폐업'으로 날리고 6월에 접어든 이 원내대표는 주변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아도 접점이 찾아지지 않는다'고 토로하며, 헌법에 따른 임시국회 단독 소집 요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직후 국민 여론을 감안해 3당 합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시급한 현안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압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86그룹'내에서도 대표적 원칙주의자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해 무한정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꽉 막힌 국회를 일단 풀어내는 게 제1과제인 상황에서 일단 몸을 낮추고는 있지만 야당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된다는 판단이 들면 단호하게 테이블을 박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국민이 인내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지 않나. 언제까지 여당이 국회를 손 놓고 있을 것이냐는 지적이 있어서 고민이 깊은 것이 사실"이라며 "책임 있게 임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끝까지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주류'로 분류되던 이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세간의 예상을 깨고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이른바 '핵심 친문(친문재인)'으로 쏠려 있던 당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만찬 회동이 논란이 됐을 때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메지 말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 원내대표의 파트너인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 지난달 30일 의원 워크숍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천명하면서 당정청 관계에서의 당 주도성과 장악력에 거듭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이해찬 대표와 30년 넘은 '동지'이기도 한 이 원내대표는 혁신과 함께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며, '당권파'와 무리하게 각을 세우거나 잡음을 내지 않고 융화됐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원내대표는 7월 27일부터 8월 8일까지 강원 고성에서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종주하는 '통일 걷기'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가 평화, 안보, 생태를 화두로 삼아 2년 전부터 해오던 '연례행사'다.
올해는 노동자, 노년층, 외국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할 계획이며, 이 원내대표도 일주일간 연차휴가를 내고 직접 이들과 비무장지대(DMZ)를 걸을 예정이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정상화와 추경 통과를 마무리하고 홀가분히 휴가를 내고 싶을 것"이라며 "통일 걷기는 그 자체로 이인영의 초심"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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