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인양 크레인…묵묵히 인양준비 속 수심 체크에 '한숨'

입력 2019-06-07 00:30   수정 2019-06-07 09:43

기약없는 인양 크레인…묵묵히 인양준비 속 수심 체크에 '한숨'
침몰사고 9일째…한·헝 구조팀, 결박 등 선체 인양준비에 '분주'
선박 평면도 붙여놓고 의논…주변 선박들과 무전 교신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허블레아니호를 끌어올릴 크레인은 강 수위에 발목이 잡혀 수평선 너머에 머물고 있지만, 침몰현장은 아침부터 인양 준비작업으로 분주하게 돌아갔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다뉴브강의 야경을 보려는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채 유람선이 침몰한 지 9일째인 6일(현지시간) 오전 8시.

굳은 표정으로 작업 도구를 나르는 헝가리와 한국 측 구조팀의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맺히는 듯했다.
강변에서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조깅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양측의 대원들은 사고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정박한 다이빙 플랫폼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무전기를 이용해 소형 선박들과 교신하거나, 급히 전화를 받고 장비들을 들춰보며 무언가를 찾기도 했다.
다이빙 플랫폼 위 구조물의 벽면에는 허블레아니 호의 사진과 평면도가 붙어 있었다.
헝가리 측 요원은 작업계획을 설명하는 듯 평면도를 가리키며 주변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
동료 대원들은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인 다른 대원들은 진지한 얼굴로 토론을 벌이는 듯했다.
한국 정부합동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이날 잠수요원들은 침몰 선박의 깨진 문과 창문에 시신 유실방지용 그물 등을 설치하는 동시에 선박에 와이어를 감는 작업을 진행한다.
선박 세 군데에 각각 5개의 와이어를 감아 총 15개의 와이어가 균형을 잡고 대형 크레인이 침몰한 허블레아니 호를 들어 올리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이빙 플랫폼 하류 쪽에는 소형 선박과 고무보트 6∼7대가 지그재그 형태로 늘어서 대기하거나 사고지점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선박 인양 준비 과정에서 하류로 떠내려올지 모르는 유실물들을 건져 올리는 것도 수색 보트의 역할이다.
대기 중인 대원들은 팔을 들어 올려 특정 방향을 가리키는 등 수신호를 주고받기도 했다.
대원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지 허블레아니호를 끌어 올릴 크레인 '클라크 아담'은 야속하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뉴브강의 수위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아 사고현장으로부터 한 시간 거리에 크레인 사다리를 접어놓은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침몰 현장에 도착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머르기트 다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오는 9일쯤에나 클라크 아담이 다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신속대응팀 측이 전했으나, 이날 수위가 도리어 올라가고 있다.
헝가리 측은 크레인이 도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플로팅 보트를 이용한 '플랜 B'까지 구상하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애초 인양 시점에 대해 신속대응팀에 '이르면 5일'을 이야기했다.
이후 6일 전망도 나왔다가, 이제는 인양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
신속대응팀은 관계자들은 이날 다뉴브강 수심을 시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헝가리 수자원관리국 홈페이지를 수시로 초조하게 들여다봤다.


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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