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시위 및 부상자현황 담은 74쪽 일지 공개
(의왕=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6·10 민주항쟁의 서막이 된 서울 명동성당 농성투쟁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상황일지가 32년만에 공개됐다.
1987년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5박 6일간의 명동성당 농성투쟁과 명동 인근 시민들(일명 넥타이부대)의 지지 시위는 1987년 6월 10일 열린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이하 6·10 국민대회)'가 6·10 민주항쟁으로 진전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최근 공개한 상황일지(74쪽)에는 명동성당 내·외부의 농성투쟁 상황, 부상자 현황, 지원 물품 현황 기록이 적혀있다.
명동성당에 반입한 유인물, 각 대학 및 시내 상황, 시위상황에 대한 보도내용 정리, 시민들의 지지 발언 자료도 담겨있다.
상황일지는 1987년 6월 10일 오후 4시 성당 마당에서 시작된 상계동 철거민 출정식과 오후 5시 서울 시내 시위대가 골목을 통해 성당으로 진입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14일 밤 12시 경찰병력 완전철수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11일 상황일지는 '남대문 앞 시위대열 무너져 서울역으로 이동 중', '경찰, 최루탄 발사 계속됨' 등 시내 시위상황에 대한 내용과 부상자 집계 및 지원 물품 접수 내용이 담겨있다.
10쪽 분량의 12일 일지는 시내 시위 정보에 대한 시민·학생의 제보내용, 지원 물품 품목과 전달 방법에 대한 시민들의 쇄도하는 문의, 명동성당 인근 시민의 지지 시위 참가 증가 내용 등으로 채워져 있다.
13일에는 사제단과 시위대 대표와의 협의 내용, 사제단과 시경 국장과의 대화 내용,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 경찰진입에 대응해 신부들·가톨릭 청년들이 학생들과 함께하겠다는 입장 등이 적혀 있다.
'쌀 1가마, 돼지고기 30근, 김치 외 반찬 다수' 등 시민들의 지원 물품과 성금, 지지내용도 담고 있다.
14일 일지는 "바리케이드 철거 후 수녀들이 인의 장벽이 되겠다"는 사제단의 제안을 시위대가 수용하면서 바리케이드가 철거됐다는 내용, 신자들의 시위대 동참 내용이 이어지다가 '24:00 경찰병력 완전철수, 9시 뉴스 :강경책 선회→명동 사태만은 대화로 풀겠다, 지금 귀가할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상황일지에는 미국 뉴욕 교포, 샐러리맨과 식당주인, 여고생 등 국민들의 명동성당 농성투쟁 지지메모도 담고 있다.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에 있는 사무실 직원들이라고 밝힌 시민들은 "애국시민,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글과 함께 현금 1만6천원을 보냈다.
"민주발전을 위해 써주십시오, 고등학생이라 아무것도 드릴 게 없어요. 지갑을 털어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라는 지지메모도 눈에 띈다.
'6월 15일 10:00 현재' 현금 2천39만9천690원, 미화 48달러, 일화 1천엔' 등 시민이 보내온 성금 현황뿐 아니라 경찰이 명동성당 구내에 퍼부은 최루탄과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부상자가 251명에 달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번에 소개된 6·10 민주항쟁 명동성당 투쟁일지는 민주화 운동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기록물"이라며 "오늘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날의 뜨거운 열기가 생생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명동성당 농성투쟁 상황일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kdemo.or.kr ) 알림 마당(보도자료)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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