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미러' 시즌5 라이브 콘퍼런스
"어떤 순서대로 봐도 상관없는 영화제 같은 시리즈"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블랙 미러'는 기술이 나쁘다고 묘사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죠."(찰리 브루커)
지난 5일 시즌5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는 국내에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SF 시리즈다. 머지않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가상현실, 소셜미디어, 기억 저장 장치 등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문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한다.
시즌3의 '샌주니페로'와 시즌4의 'USS 칼리스터' 등은 에미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올해 초 공개된 인터랙티브 콘텐츠 '밴더스내치'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각본을 집필한 시리즈 작가이자 총괄 제작자인 찰리 브루커는 7일 용산CGV에서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오늘날은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시대"라며 "(사람들이)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는 신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엔 애너벨 존스 제작총괄도 참여했다.
그는 시즌5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대해 "흥미로운 건 스토리 안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섹슈얼리티가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새로운 섹슈얼리티에 대해 극 중 어떤 캐릭터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그 때문에 긴장이 발생하고, 그것이 이 쇼의 중심"이라고 소개했다.
애너벨 존스는 "만약 기술이 발달해서 포르노가 개인화하고 몰입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된다면 사람들이 일상에서 건강하게 일탈하는 매체로서 불륜을 저지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며 "이 에피소드는 포르노에 대한 비유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 미러'는 시즌5 이전 단독 영화로 '밴더스내치'를 공개했다. 원래는 시즌5를 구성하는 일부로 기획돼 시즌5 에피소드들과 비슷한 시기에 각본이 쓰였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콘텐츠 특성상 5시간이 넘어 시즌 외 개별 에피소드로 개봉하게 됐다.
찰리 브루커는 '밴더스내치'에 대해 "인터랙티브 영화는 '밴더스내치' 전에도 있었지만, 개인화한 플랫폼이 아니었고 그 정도 규모로 만들어진 게 없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면서 향후 그와 비슷한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에 대해선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만들었을 때 의미 있는 스토리가 먼저 나와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블랙 미러' 시리즈 전반의 제작 방식에 대해 찰리 브루커는 "과학기술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보단 재밌는 얘기를 하면서 발굴하는 것 같다"며 "아이디어를 토론하며 제작을 진행한다. 애너벨 존스와 브레인스토밍을 같이 하고 제가 초안을 쓴다. 거기서부터 협업하기 시작해 디테일을 확장하는 단계에선 계속 같이 작업한다"고 밝혔다.
'블랙미러'는 2011년 영국 방송사 '채널4'에서 첫선을 보인 뒤로 2016년 공개된 시즌 3부터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다.
찰리 브루커는 "플랫폼을 먼저 고려하기보단 무엇이 가장 설득력 있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스토리인지 고민한다"면서도 "'블랙미러'는 에피소드마다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플랫폼에선 시청률이 떨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 이후로) 더는 아니게 됐다"고 넷플릭스 플랫폼이 지니는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블랙미러'는 영화제 같은 시리즈"라며 "어떤 에피소드를 어떤 순서대로 봐도 상관없다. 영화제 같은 방식의 쇼를 만들 수 있게 된 점이 오늘날의 변화"라고 덧붙였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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