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전문의 시험서 수험표에 문제 일부를 기재한 의사에게 불합격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의사 A 씨가 사단법인 대한의학회에 "전문의 자격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을 기각했다.
2019년 전문의 자격시험을 본 A 씨는 자신의 수험표 여백에 문제 18번의 일부를 적은 뒤 시험이 종료되자 시험지, 답안지 등과 함께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A 씨는 대한의학회로부터 수험표에 문제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시험본부로 가서 "부정행위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수험표에 낙서했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작성했다.
A 씨는 이후 청문 절차를 거쳐 불합격 처분을 받았고, 향후 2회에 걸친 자격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A 씨는 "(수험표에 문제를 기재한 행위가) 문제를 유출하는 부당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의료법에는 부정행위자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규정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한의학회가 이미 수험자 유의사항에 관련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험 공고의 유의사항을 확인하고 이 유의사항을 확인했다는 문구 옆 체크박스에 체크해야 수험표가 출력된다"며 "수험표 답안지에도 유의사항이 나와 있고, 원고는 유의사항 위반으로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것임을 서약하도록 한 부분에 자필로 서명했다"고 밝혔다.
유의사항에 따르면 수험표 및 종이에 시험 문제 및 답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옮겨 적거나 이를 유출하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유출한 자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 수험을 정지시키거나 합격을 무효로 하고, 향후 2회에 걸쳐 전문의자격시험의 응시 자격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공익을 종합해보면 이번 처분은 법에서 위임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원고가 수험표에 문제 일부를 기재한 것만으로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니, 의도가 없었으므로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는 전문의 자격 취득만 3년 뒤로 미뤄지고 의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며 "기출 문제 유출은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행위이므로 원고가 입는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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