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북한인권백서…"구금시설 가혹행위는 줄어"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에서 공개적 사형집행과 비밀 즉결처형이 계속되는 등 인권상황이 여전히 매우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7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19'는 "북한에서는 여전히 주민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백서에는 특히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 마약 거래, 강간 등 사회주의 질서를 어지럽힌 범죄에 대한 공개적 사형집행 사례가 수집됐다.
백서는 "마약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북한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판을 거치지 않거나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처형하는 초법적, 약식 또는 자의적 처형이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파악했다.
과거보다 공개처형 빈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공개처형이 감소해서인지, 아니면 비밀 즉결처형이 늘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체포와 억류, 고문, 강제노동, 구금시설에서의 폭행과 가혹 행위 등도 만연했다.
다만 당국 방침에 따라 폭행과 가혹 행위가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는 증언도 있어 인권상황에 변화가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만성적 식량 부족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부족한 식량이 계급, 기업소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배급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종교와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분야에서는 인권이 일부 개선된 정황도 파악됐다.
고아나 꽃제비의 경우 김 위원장의 지시로 지원사업이 확대되면서 그 숫자가 크게 줄었고, 오히려 '부모와 사는 아이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낸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증언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탈북 시도에 대한 수용 사례는 여전히 확인됐다.
탈북을 알선하거나 남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다는 증언이 수집되는 등 "직접 탈북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한국행 탈북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정치범으로 간주함을 알 수 있다"고 백서는 분석했다.
백서는 김정은 체제 출범 전후로 국경통제와 탈북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백서는 2017년 말 기준 전 세계에 난민 자격으로 체류하는 탈북자가 1천175명으로 전년의 1천442명보다 줄었다는 유엔난민기구 통계를 인용했다.
이번 백서는 최근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135명을 지난해 심층 면접한 내용과 통일연구원이 입수한 북한의 일부 공식문건,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에 제출한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7년에는 백서 내용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했지만, 작년과 올해에는 보고서만 홈페이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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