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만t가량 처리 안 된 굴 껍데기 2층 건물 높이로 쌓여
"폐기물로 분류 6개월 이상 보관 못 하게 한 현행법 개정해야"
(통영=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통영은 전국 굴 생산량의 70%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굴 패각(껍데기)도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데 처리가 힘들어 골칫거리로 전락했어요. 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지 않으면 굴 패각 처리 문제는 해결이 요원합니다."
7일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패각 처리업체에서는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쉴 틈 없이 굴 껍데기를 분쇄하고 있었다.
처리장 주변으로 희뿌연 굴 패각 가루가 흩날리며 코를 자극했고 바닥은 이 가루가 덩어리로 응고돼 마치 진흙처럼 질퍽거렸다.
업체 뒤로 1차 분쇄작업이 끝난 잿빛 굴 패각이 수 m 치솟아 2층 건물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쌓인 굴 패각 사이로 자란 잡초가 곰팡이처럼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고 있어 언뜻 보면 일반적인 언덕과 분별이 어려운 정도다.
하도 패각의 양이 너무 많아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나르기 불가능해 포크레인 2대가 왔다 갔다 하면서 굴 패각을 실어날랐다.
이처럼 산처럼 쌓여 방치된 굴 패각은 용남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굴 패각은 통영시와 지역 어민들에게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남해안 굴 주산지로 전국 굴 생산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만큼 굴 패각도 많이 배출되면서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됐다.
통영시에 따르면 굴 껍데기 발생량은 전국적으로 매년 28만t 정도며 이 중 통영에서는 15만t가량이 나온다.
이중 재활용하거나 제조 공정을 거쳐 비료로 활용하는 굴 껍데기는 약 12만t이다.
매년 처리되지 않은 굴 패각만 3만t씩 야적장에 쌓이는 셈이다.
이 업체 박 모 회장은 "제조 공정을 거쳐도 이후 처리가 불가능해 매년 미처리된 굴 패각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굴 패각은 분쇄한 뒤 비료로 사용하는데 농민들이 염분을 많이 머금었다는 이유로 사가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굴 껍데기는 보통 세척, 건조, 냉각, 분쇄 과정을 거쳐 가루로 만든 뒤 이를 포장해 비료로 판다.
문제는 바다에서 난 굴 껍데기의 염분을 제거하려면 넉넉잡아 8개월에서 1년의 건조 기간이 필요한데 현행법은 이처럼 길게 보관하며 건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굴 껍데기를 폐기물로 분류해 6개월 이상 보관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장기간 보관만 할 수 있으며 껍데기의 염분을 완전히 제거해서 질 좋은 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지금 굴 패각으로 생산하는 비료는 국내에서 수요가 없어 중국 등 해외 쪽 문을 두드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도 미처리 굴 패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우선 시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관련 법과 제도 정비 등 개선 방안을 위한 역할을 맡기로 했다.
또 준설토 투기장 반출, 해양 배출 전용 투기장 남해안 지정, 산업단지 조성 및 공유수면 매립 시 성토재로 활용 등 구체적 대안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인공어초·테트라포드·보도블록 등 친환경제품 생산, 대북지원사업 공급 추진, 사업장 폐기물 분류 삭제 등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매년 굴을 생산해야 지역경제가 유지되는데 껍데기는 제때 처리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어 고민"이라며 "굴 껍데기의 원활한 처리가 되지 않으면 굴의 지속적인 생산과 양식업 발전에 문제라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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