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아베 총리가 간사장 할 땐 연금이 100년 안심 대책이라더니"
참의원 결산위서 '연금대책 말 바꾸기' 추궁 별러…선거쟁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부부(남편 65세 이상, 아내 60세 이상)의 경우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30년을 살기 위해서는 2천만 엔(약 2억 원)의 저축이 필요하다"
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금융청이 최근 내놓은 이런 내용의 '100세 시대에 대비한 금융조언 보고서'가 일본 정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이던 시절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100년 안심'을 내걸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총리와 전 각료가 출석한 가운데 오는 10일 열릴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연금 말 바꾸기'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청 보고서는 100세 시대에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산형성을 위해 저축이나 자산운용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야당은 자민당이 100년간 안심이라더니 갑자기 2천만 엔의 저축이 필요하다니 무슨 말이냐며 황당해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교섭단체 입헌회파 소속으로 활동하는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의원은 6일 오전 금융청과 후생노동성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합동 청문회에서 "연금(개혁)은 '100년 안심'대책이 아니었단 말이냐"고 따지며 정부를 몰아 붙였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4일 각의후 기자회견에서 "인생설계를 생각할 때 100살까지 산다는 걸 전제로 퇴직금을 계산해본 적이 있느냐"면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청 보고서가 노후 생활의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본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元?美)국회대책위원장은 "먼저 국민에게 면목없다고 사과하라"고 요구한 뒤, "소비세를 올린다면서 2천만 엔을 저축하라는게 앞뒤가 맞느냐"고 다그쳤다.
입헌민주당을 비롯, 국민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등 야당이 일제히 금융청 보고서를 문제 삼고 나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100년 안심'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6일 청문회에서는 '미스터 연금'으로 불리는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대표 대행이 "사회보장을 담당하는 정부가 대책을 함께 내놓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장래가 어떻게 될지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납득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 공산당 등은 이후 중·참의원 양원 예산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야당 합동 의원집회를 열었다.
각 야당모임에서는 미일 무역협상과 소비세 증세 외에 금융청 보고서 문제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여당인 자민당은 예산위원회 개최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10일 열리는 참의원 결산위원회에는 아베 총리과 전 각료가 출석할 예정이다.
옛 민진당계 중의원 교섭단체인 '사회보장 개혁국민회의' 대표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보고서가 안겨준 충격이 엄청나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7월 참의원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런 논란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금융청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융청은 원래 "저축보다 투자"를 내걸고 개인자산을 투자신탁 등 금융시장으로 끌어내는 정책에 역점을 둬 왔다. 이번 보고서도 그런 흐름의 하나로 투자나 자산운용의 측면에서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자조(自助)'를 촉구"하려는 목적이었다.
금융청의 한 간부는 "연금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으며 연금의 어려움만을 강조할 생각도 없다"면서 "이해해줄 때까지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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