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두고 '환자 vs 의사' 찬반대립 팽팽

입력 2019-06-08 08:00  

수술실 CCTV 설치 두고 '환자 vs 의사' 찬반대립 팽팽
"설치해달라" 국민청원 8천명 돌파…젊은 의사들 81% 반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를 두고 환자들과 의사들의 찬반대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환자단체와 의료사고 피해자 등은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과 의료사고 은폐 등을 방지하기 위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들은 CCTV 설치로 수술 질이 저하되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유족이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며 올린 국민청원에는 7일 기준 8천340명이 동의했다.
권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사망했다.
유족이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한 결과 권씨를 수술하던 의사는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다가 권씨의 수술실을 나갔다. 이후 권씨는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됐다.
이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의료사고 은폐 의혹이 터질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의사단체는 성명을 내며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90곳의 전공의 866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81.29%가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15.01%에 그쳤다. 이들은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의사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전공의는 "은행도 해킹을 당하는데, 의료기관에서 CCTV 영상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의료사과와 상관없이 환자 및 보호자가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는 수련기회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외과계 9개 학회도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CCTV 설치는 환자 안전 보장보다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며 "수술을 회피하고 방어적인 술기 중심의 소극적 방향으로 외과 치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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