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1년] 北美 '세기의 담판' 1년…차가워진 관계는 회복될까

입력 2019-06-09 08:03  

[북미회담 1년] 北美 '세기의 담판' 1년…차가워진 관계는 회복될까
6·12공동성명 구체화 실패…하노이 2차회담도 '노딜'로 막 내려
北美, 대화 기조 유지에도 돌파구 난망…'미사일 발사·제재 유지' 기싸움도
'분위기 반전' 낙관하기 어려워…연말 가서야 상황 변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지구상에서 가장 장구한 세월 첨예하게 대립되고 지속되어온 극단적인 적대관계를 끝장낼 수뇌회담이 진행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이같이 평가하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격스러운 만남으로 70년 적대관계를 뒤로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특히 2017년 내내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이어가며 미국을 압박했고, 미국은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에는 팽팽한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군사적 대치가 걷히고 만들어진 북미 정상의 만남이라는 외교적 이벤트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새로운 한반도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 충분했다.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6·12공동성명'에는 북미간 신뢰구축이 비핵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원칙에 합의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명시했다.
공동성명의 채택으로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던 북미 양국 정상간 '세기의 만남'이 1년이 지난 지금 기대가 많이 줄면서 오히려 답답함을 키우는 형국이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결국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은 '노 딜'로 막을 내려야 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비핵화 방식에 있어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을 선호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을 원하는 북한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100일이 지나도록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협상 동력마저 떨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과 미국은 모두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협상 진전을 위해선 상대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기의 의무를 저버리고 한사코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여 달린다면 6·12 공동성명의 운명은 기약할 수 없다"면서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계속 '빅딜'을 고집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4월 시정연설)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미국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무기 폐기에 동의했음을 언급하며 "그들(북한)은 김 위원장이 하겠다고 한 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진전을 위해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인지 우선 '큰 그림'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는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자 서로 압박 카드로 맞서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4일과 9일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판을 흔들었다. 그러자 미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강하게 당겼다.
북한이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문제가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처럼 비핵화 협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런 대치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특히 북한은 연말을 사실상 시한으로 정해놓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이 '레드 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설정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문제는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7월 말∼8월 초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이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간 제대로 된 소통 채널이 완전히 막힌 상황에서 ARF 회의를 계기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어 의미 있는 만남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북한은 남측과의 대화에도 응하지 않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결국은 당분간은 공전을 거듭하다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 제시'의 시한으로 내세운 연말이 가까워져서야 상황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9일 "결국은 과거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협상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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