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의 '캄보디아 침공' 발언에 베트남·캄보디아 발끈

입력 2019-06-07 19:29  

싱가포르 총리의 '캄보디아 침공' 발언에 베트남·캄보디아 발끈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40여년 전에 있었던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하자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발끈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은 1978년 12월 캄보디아를 침공, 1975년부터 최소 170만명을 학살한 '킬링필드'를 이끈 크메르루주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을 교체한 뒤 1989년 완전히 철수했다. 그 사이인 1985년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집권, 34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별세한 쁘렘 띤술라논다 전 태국 총리에 대한 추모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쁘렘 전 총리는 캄보디아 국경을 넘은 베트남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과 함께 베트남의 점령에 반대했다"면서 "이는 군사적 침공과 정권교체가 합법화되는 것을 막고 지역의 방향을 잡아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의 안보를 보호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세안 회원국은 태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해 5개국에 불과했다.
리 총리는 또 지난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해 이웃에 있는 비(非)공산국가들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역사적인 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않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 총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항 대변인은 또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량 학살 범죄를 끝내기 위해 베트남이 캄보디아 국민과 함께 싸우며 치른 희생과 공헌은 널리 알려진 진실"이라고 강조했고, 베트남 정부는 싱가포르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7일에는 훈센 총리도 가세했다. 훈센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리 총리의 발언은 싱가포르가 당시 대량 학살 정권을 지지하고 그 정권이 캄보디아에 복귀하는 것을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훈센 총리는 또 "그런 시각은 캄보디아를 (크메르루주 정권으로부터) 해방하는 것을 도운 베트남 군인들의 희생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기아, 고문, 처형, 강제노동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당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170만∼220만명으로 추산된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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