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말시한' 제시 속 재선가도에 북한發 악재 돌출 막는데 집중 전망
北압박 고조시 美강경대응 배제 못하나 비핵화 회의론 속 정치적 부담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조금 지나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2만석 규모 행사장 무대에 선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2020년 대선 도전을 선언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26∼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회를 열 계획이어서 미국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대선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펼칠 모든 정책의 최우선 목표도 재선 승리에 놓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북정책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 및 이행을 하겠다는 북한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장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 일단은 재선 가도에 '북한 리스크'가 돌출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대선과정에서는 경제와 건강보험, 이민 등 국내 이슈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더 크게 작용하고 외교 분야에서도 러시아나 중국, 이란 등의 문제가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대북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북 발언을 봐도 이러한 상황 판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거론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5일에도 "적절한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중대한 시험이 없었고 핵실험도 장기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북한이 대미 압박용으로 감행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고 여전히 핵실험과 미국 영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시험발사는 중단된 상태임을 강조하면서 대북외교를 일단 첫 임기 내 치적의 영역에 묶어두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미 간의 큰 입장차를 금방 좁히기 어려운 바에야 3차 북미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동시에 '빅딜'과 최대압박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대북정책을 가져가겠다는 게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견지해온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모든 관심을 집중, 북미협상의 교착을 해소할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나쁜 합의보다 합의가 없는 것이 낫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뒤 여야 가릴 것 없는 지지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아 기존의 빅딜 입장에서 물러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변수는 연말로 시한을 설정하고 '새 계산법'을 압박하고 있는 북한이 어떤 조치에 나서느냐다.
북한이 연말을 시한으로 설정한 데는 미국의 2020년 대선 일정을 고려했을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일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면 어차피 일정 기간은 북미협상에 신경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을 북측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언했던 연말이 다가오고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북한도 지난달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계산된 압박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등의 전략무기까지 손을 댈지는 미지수지만 상황에 따라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경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핵실험도, 중대한 미사일 시험발사도 없었다'며 대북외교를 치적으로 삼아온 터라 북한의 압박조치를 계기로 한 국내의 비판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북한의 압박 행보를 대북외교 실패로 연결하며 공격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북한과의 협상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온 터라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북미협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동력을 확보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전격적인 3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긴장악화를 방지하고 협상 동력 유지를 도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확인한 입장차가 너무 커서 유연성이 발휘되지 않는 한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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