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마중물 삼아 싱가포르 회담 성사…북미교착에 다시 난관
트럼프 방한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관심…남북협력 제의로 소통 복원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관계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방북했던 한국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한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과, 5·26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도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올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고 북한이 남북·북미대화를 중단하면서 한국의 중재 역할도 시험대에 섰다.
최근 정부는 남북관계 관련 각종 제의를 내놓으면서 북한과 대화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북 간의 소통을 되살리며 북미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대화의 재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개 제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이 담긴 제안이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한미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그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다시 문 대통령의 중재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지가 현재로서 최대의 관심사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관련해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간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는 전망도 내비쳤다.
김연철 장관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5·26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남북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서 충분히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경험이 있고, 현재도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여러 환경이 존재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수면 위에서도 정부는 여러 가지 남북교류 제안을 꺼내 들고 대화 채널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검토하고 나섰고, 2년 가까이 미뤄 왔던 세계식량계획(WFP)·유니세프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 공여를 재의결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번번이 무산됐던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하고 북한의 입장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자 방역협력도 제의했다. 방역협력은 북한도 시급한 만큼 호응할 개연성이 다른 남북협력 사업보다 크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는 모두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바닥난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과 독자적 협력 공간을 확보해 꽉 막힌 정세 흐름에 숨통을 터 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어느 한쪽이 하노이 회담 당시 내세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상 현재의 교착 상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이 '중재의 묘'를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그동안 남북 교류협력의 속도를 북미협상 진전에 맞춰 조절해 온 것에도 불만을 표출하며 '민족공조'를 앞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남측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북협력 흐름을 복원해 내기가 구조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빨리 (협상 재개를) 결단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실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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