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황해문화' 제103호, 특집으로 '청년 문화' 다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대는 민주주의와 진보 진영 편에 서야 한다는 시각에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86세대'의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이 투영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전공(MAINS) 석사과정에 다니는 최성용(30) 씨는 계간지 '황해문화' 제103호가 다룬 청년 문제 특집에 쓴 글 '20대 남성 담론을 질문하다'에서 정치권이 20대를 대하는 담론의 허와 실을 분석했다.
최씨는 "현 정부와 민주 진영이 20대 남성의 지지율을 회복하길 바라는 까닭은 20대, 특히 남성이 민주주의와 진보의 편이어야 한다는 소망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면서도 "이 막연한 소망이 마땅한 근거를 가졌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 진영이 20대에게 기대하는 전형화된 이미지는 실은 20대가 아니라 86세대가 스스로에 대해 가진 자아상일 뿐이라며 "86세대는 20대부터 변함없이 민주주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기에 현재의 20대가 자신들을 지지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86세대가 민주주의, 진보, 정의의 편에 있다는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많은 권력과 자본을 확보하게 됐고, 예전에 비판한 사회의 구조적 구습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닮아버렸다"며 "86세대는 페미니즘에 대한 모순적 태도를 비롯해 학벌주의와 학력 차별, 권위주의, 비민주적 조직 운영 등에서 진보적이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즉 20대가 진실로 보수적이라면, 부모 세대인 86세대의 보수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최씨 생각이다.
아울러 최씨는 기성세대가 된 86세대가 20대를 '보수적'이라고 공격하지만, 한국사회 자체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삶이 각박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논란이 선명하게 보여준 것처럼, 자녀 교육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에서 86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의로운 대의를 말하는 86세대도 '헬조선'을 만든 공범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86세대는 정치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고, 자신들을 항상 진보에 위치시킨다"며 20대가 보수적이어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20대 남성은 거창한 이념에 사로잡힌 86세대보다 오히려 솔직하다면서 "86세대에게서 도덕주의라는 외양을 걷어낸 자리엔 속물주의로 무장한 20대 남성의 얼굴이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 전반에서 도덕적 가치가 급격히 무너지고 생존을 위한 이기적 욕망만 남은 상황에서 86세대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면서 "20대 남성은 자기 연민과 자기 학대 사이를 오가다 자신을 규정하고 설명할 담론적 능력을 박탈당했고, 그 능력을 회복할 의지조차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동정적 시각도, 훈계도 냉소로 가득한 20대 남성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씨는 20대 여성들이 최근 불의와 폭력에 저항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20대 남성도 스스로 자각해 싸워야 한다면서 "자신의 고통을 정직하게 성찰하고 그 언어를 외치기 시작한다면 거기에 사회는 응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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