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결과' 후폭풍…엇갈린 평가에 공방 가열

입력 2019-06-09 11:00  

'김학의 수사결과' 후폭풍…엇갈린 평가에 공방 가열
"곽상도 무혐의·한상대 '단서 없다" 결론에 문제제기 계속
'과거사 갈등' 박상기 법무장관 책임론도…곧 입장 밝힐 듯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성접대와 1억7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3·2014년에 이은 세 번째 수사도 부실했는지를 두고 검찰 안팎의 견해 차이가 커서다.
옛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포함된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김학의 수사단의 판단이 논란의 중심이다.
김학의 수사단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부족한 근거를 토대로 수사를 권고·촉구했다고 결론 내린 반면, 수사단이 의지 부족 등으로 핵심 의혹 규명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전 차관 사건을 비롯한 검찰의 과거사 청산작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힐 계획이다. 그 내용과 검찰의 대응에 따라 파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수사단 "청와대서 직접 외압 받았다는 경찰 없어"
과거사위는 지난달 29일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유착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윤씨의 형사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들의 검찰 시절 보직 경력을 들어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 등 구체적 죄명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수사단은 지난 4일 김 전 차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 전 총장의 경우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시절인 2005년 명함이 윤씨에게서 발견됐지만, 통화내역 등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윤 전 고검장은 2013년 경찰 수사 때 사진을 본 윤씨 운전기사가 '별장에 온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게 수사촉구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수사단에는 '그렇게 진술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윤 전 고검장이 별장에 출입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수사로 나아가지 못했다.


수사단은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사위의 판단을 뒤집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경찰 수사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경찰이 김 전 차관 인사검증 당시 동영상을 확보해 사실상 내사를 벌이면서도 청와대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서도 진상조사단 면담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이 논란을 가중시켰다. 면담 보고서에는 박관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경찰에 질책과 수사외압이 있었음을 전해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는 수사단 조사에서는 "면담에서 그런 취지로 진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은 "김학배 당시 수사국장이 '인사권자'에게 질책 전화를 받았다"거나 "수사국장이 당황하는 모습에 외압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압을 직접 받았다거나 경찰 조직에 압력이 들어갔다는 구체적 정황은 진술하지 못했다.
반면 당시 청와대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김 전 국장은 검찰에 "청와대가 동영상 확보와 수사·내사 착수 여부에 대해 물었고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당시 수사상황이 자신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청와대에도 보고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의 허위보고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경찰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나 물증이 없어 곽 의원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수사단 결론이다.

◇ "수사의지 있었는지 의문" vs "법률적으로 문제 없다"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수사결과 발표 이튿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철저히 수사했는지,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지 엿새 만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수사단은 3월말 출범 직후부터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왔다고 반박했다.
경찰도 반발하고 있다. 당시 수사팀장인 강일구 총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로지 국장 이상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건데 왜 그분들 얘기만 받아들여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윤중천 리스트'로 언급된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이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장자연 사건과 용산참사 사건을 포함해 과거사위 활동의 상당 부분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한 상태다. 검찰이 과거사위 관계자들에게 제기된 명예훼손 혐의를 본격 수사하거나 곽 의원 요구대로 과거사위 파견 검사를 감찰할 경우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의 과오를 바로잡는다는 당초 목표는 실종되고 당사자들 각자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전투구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사위가 희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해놓고 이를 사실로 입증하지 못한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고 있다고 본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9일 "외부 인사들이 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수사심의위원회도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수사결과에 법률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장관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른 검찰 수사가 여전히 미진하다고 보고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장관이 과거사위 활동에서 비롯한 최근 혼란과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결과에 대한 비판은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 조직의 원죄 탓"이라면서도 "과거사위의 여러 무리한 조치에 과거사 청산 작업을 주도한 박 장관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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