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폴란드 월드컵을 치르는 한국대표팀의 전·후반은 완전 딴판이다.
전반전은 답답해 보일 때가 많다. 잔뜩 웅크린 채로 상대 공세를 받아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전반에는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가 정신 못 차리게 몰아붙여 결국 무릎을 꿇게 한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의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3-3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한국축구에는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4강 진출이다.
정 감독은 세네갈전 승리 후 "상대가 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올 때 인내심을 갖고 움츠렸다가 후반전 우리가 잘하는 게 있기 때문에 두세 가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개인 능력이 상대보다 나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우리와 실력이 비슷하거나 상대가 더 좋다고 판단할 때는 여러 가지 전략, 전술을 갖고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우리 대표팀의 기본 콘셉트가 바로 정 감독이 얘기한 '선수비 후역습'이다. 강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 감독의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복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해야 했다. 이에 대표팀은 매 경기 다른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을 가동하고 포지션별 역할에 변화를 주면서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카운터어택을 노리는 기본 틀은 바꾸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상대를 우리 진영으로 끌고 와 촘촘한 수비로 공을 빼앗은 뒤 측면과 뒷공간을 노려 전방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가 마무리 짓는 전술로 '죽음의 조'를 2승 1패, 조 2위로 통과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에는 체력적인 부분까지 겹치면서 선수비 후역습은 대표팀에 더욱 긴요한 전술이 됐다.
한국은 16강전 상대인 일본보다는 이틀, 8강에서 맞붙은 세네갈보다는 하루를 덜 쉬고 뛰어야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간 일본전에서 대표팀은 전반 내내 일본에 압도당했다. 전반전 일본의 볼 점유율은 무려 72%나 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일본을 결국 1-0으로 눌러 8강행 제물로 삼았다.
정 감독이 '8강에 오른 팀 중 최고 강팀'이라고 꼽은 세네갈전에서도 피지컬과 체력 모두 열세였음에도 후반 무서운 뒷심으로 한국축구사에 오래도록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7득점(5실점)을 했다.
이 가운데 전반에 나온 득점은 아르헨티나전(2-1 승) 전반 42분 터진 오세훈의 헤딩 선제골이 유일하다.
나머지 6골은 연장전을 포함해 모두 후반에 터졌다.
일본전 오세훈(아산)의 헤딩 결승골은 후반 39분에 나왔다. 세네갈전에서는 1-2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후반 53분 이지솔(대전)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이 나와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한국에 패한 뒤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 감독은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유수프 다보 세네갈 감독은 "한국이 이렇게까지 강팀인 줄 몰랐다"고 했다.
정 감독은 자신이 대회 전 약속했던 4강 목표를 달성한 뒤 "우리는 '꾸역꾸역 팀'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정정용식의 뒷심축구는 이제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 나아가 사상 첫 우승 꿈까지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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