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정지 판결…2월 총선 결과 절대다수당 없어 연정 구성 난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가 지난 2월 총선 이후 의회의 정부 구성 실패 여파로 심각한 정국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서방 성향의 파벨 필립 총리 내각 세력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추진하는 것을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헌법재판소가 필립 내각 세력의 요청을 받아들여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몰도바는 총리가 주로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9일(현지시간) 기존 집권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도돈 대통령이 의회 해산에 관한 재판소 결정을 이행하길 거부한 것을 권한 정지 이유로 설명하면서 필립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일시적으로 위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립 대통령 권한 대행이 의회 해산 명령에 서명하고 조기 총선 날짜를 정하도록 지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지난 7일 2월 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의회가 법률에 정해진 90일 기간 동안 연정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대통령에게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 날짜를 정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도돈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자당은 8일 친서방 정당연합인 아쿰(ACUM)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ACUM에 속한 '행동과 연대당' 여성 지도자 마이야 산두를 총리로 지명했다. 101명 의원 가운데 61명이 새 정부 구성안에 찬성했다.
'존엄과 진실 강령당', '행동과 연대당' 등 2개 정당이 지난 총선을 위해 구성한 친서방 정당연합 ACUM은 그동안 기존 집권 민주당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해 오다 약 3개월 동안의 협상 끝에 사회주의자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이에 필립 총리를 지지해온 친서방 민주당은 사회주의자당의 뒤늦은 연정 구성을 권력 찬탈이라고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8일 저녁부터 검찰과 내무부(경찰청) 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도돈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이 합법적인 의회 다수당과 합법적 정부에 평화적으로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사회주의자당은 35석, ACUM은 26석, 민주당은 30석을 차지했다.
사회주의자당과 ACUM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51석)을 넘는 61석으로 연립정부 구성에 문제가 없지만 연정 구성 시기가 늦어진 것이 위법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이후 국가 전략 노선을 두고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지속해서 대립해 왔다.
350만명 국민의 상당수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반면, 몰도바와 언어, 역사를 공유하는 루마니아처럼 친서방 노선을 택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는 몰도바에서 필립 총리(민주당 출신)는 친서방 노선을, 도돈 대통령(사회주의자당 출신)은 친러시아 노선을 주장하며 충돌해 왔다.
이 같은 갈등의 와중에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최근 2년 동안 다섯번이나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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