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실종된 딸 찾아 6개월간 페루서 홀로 수색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텍사스에 사는 카를로스 발페오스(71)는 6개월 가까이 집을 떠나 페루 안데스의 외딴 마을을 훑고 있다.
이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 카를라를 찾기 위해서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카를라가 실종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35살의 카를라는 시각 장애인이다. 10살 때부터 원추-막대세포 이상증(CRD)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카를라는 그러나 자신의 장애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그리고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20개국 가까이 여행했다.
늘 페루에 가고 싶어했던 카를라는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석하는 친구를 따라 페루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혼식 후 파티까지 함께 즐기고 나서 카를라는 리마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쿠스코의 마추픽추에 혼자 여행 가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카를라는 친구에게 "큰 문제가 있다. 집에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후 연락이 끊겼고, 며칠 후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에도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과 가족이 확인한 이후 카를라의 행적은 이렇다.
쿠스코에 간 카를라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여행객들과 함께 마추픽추 인근 와이나픽추를 등반했다. 몇 시간 후 쿠스코 시내로 돌아온 이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클럽에서 춤을 춘 후 호스텔에 묵었다.
다음날 아침 일행이 모두 자고 있을 때 카를라 혼자 호스텔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친구에게 몇 시간 후 돌아와 박물관에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짐도 호스텔에 그대로 둔 채였다.
카를라는 택시를 타고 쿠스코 인근 유적지 '성스러운 계곡'의 첫 마을인 피삭에 내렸다. 피삭 거리에서 지팡이를 짚고 빠르게 홀로 걸어가는 모습이 근처 약국 CCTV에 찍힌 것이 카를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페루 경찰은 드론을 띄우고 구조대를 배치하고 시신을 찾는 경찰견까지 동원했지만 카를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카를라의 실종 이후 미국에 살던 가족들의 삶도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아버지 카를로스는 실종 소식을 듣자마자 페루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8시간을 날아 리마로, 다시 1시간을 더 날아 쿠스코로 갔다.
카를로스는 성스러운 계곡 곳곳을 다니며 거리의 CCTV를 뒤지고 인근 주민들을 만나 카를라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작은 호텔방에서 최소한의 음식으로 버티면서 매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 카를라의 실종 전단이 담긴 배낭을 메고 고산지대의 뜨거운 햇볕 속에서 카를라를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미국에 있는 카를라의 남동생 카를로스 주니어도 틈만 나면 페루로 와서 아버지를 돕는다. 미국에 있을 땐 정부와 정치권에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카를라가 사라진 직후부터 "끔찍한 악몽이었다"고 말하는 아버지는 CNN에 "내 딸을 데려가야 한다. 어찌 됐든 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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