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록물 수집해온 정수만 전 유족회장, 항공대 상황일지 등 공개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장한 군 헬기가 사격을 강행했다는 정황을 입증하는 기록물이 10일 '전두환 형사재판'에 등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보급지원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토대로 1980년 5월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다.
그는 30여년간 수십만 건의 5·18 관련 증언과 공공기록을 수집하고 연구한 인물이다.
정 전 회장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공개한 자료에는 군 헬기가 항쟁에 참여한 시민을 사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자료는 육군 1항공여단 상황일지로 1980년 5월 27일 오전 5시 10분 상황에 대해 '전과 폭도사살 2명'이라고 기재됐다.
1항공여단은 전남도청에서 항전하던 광주 시민을 진압하고자 계엄군을 광주 도심에 다시 투입한 상무충정작전의 지원부대다.
폭도는 당시 항쟁에 나선 시민을 전두환 신군부가 지칭하던 용어다.
정 전 회장은 전교사가 광주에 투입된 헬기에 지급한 보급품을 기록한 군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1980년 5월 전남북 계엄분소였던 전교사는 20㎜ 벌컨포 탄 1천500발을 항공대에 지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정 전 회장은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군 헬기의 임무를 '무장시위 및 의명화력지원'이라고 적시한 계엄사령부의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도 소개했다.
그는 무력 진압 지시를 받았다는 계엄군의 증언을 담은 자료도 챙겨왔다.
자료에는 1980년 5월 22일 오전 10시께 육군 31사단장이 505항공대 소속 500MD 무장헬기 조종사를 호출해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며 출동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담겨있다.
정 전 회장은 "계엄군 집단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에 제가 직접 목격한 헬기사격을 증언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어떤 것을 물어볼지 모르니까 헬기사격과 관련한 자료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6명의 시민이 증인으로 나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