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5·18 기간 헬기 사격 증언…일관되게 "옛 전남도청∼광주천 상공서 목격"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광주 기독병원 밖에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다다다다다' 소리가 나며 헬기에서 총을 쐈어요."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3차 공판기일이 1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달 13일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6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최윤춘(55)씨는 1980년 5월 광주간호원보조양성소에 다니며 광주기독병원 응급실로 실습을 나갔다.
최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헌혈하려고 병원 정문에서 응급실 쪽으로 줄 선 시민들을 향해 헬기 한 대가 총을 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병원 차량에도 총을 쏘던 시절이었다"며 "그날도 헬기가 낮게 날더니 '다다다다다' 총소리가 났다. 맑은 날이었는데 마른 땅에 빗방울이 튀듯 바닥에 총알이 떨어졌고 바닥에서 튄 총알에 누군가 맞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정수만(73) 전 5·18 유족회장도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오후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은 "옛 전남매일신문사 앞에서 동명동 집으로 걸어가다가 광천주조장 앞에서 사람이 한 명 죽어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군인들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주변 목격자들에게 물어보니 차에 타고 있었는데 총을 맞고 뚝 떨어졌다더라"며 헬기 사격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다시 서석초등학교 쪽으로 갔는데 공중에서 총소리가 났다. '땅땅땅, 땅땅땅' 연발이 아니라 단발 소리였다"며 "머리 위로 헬기가 빙빙 도는 것을 보고 뛰어서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전투병과 교육사령부(전교사) 보급지원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제시했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5시께 폭도 2명을 사살했다는 육군항공대 기록 등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며 항공기 총 31대의 운항기록이 10장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군 차원의 은폐 가능성도 주장했다.
홍성국(57) 씨, 최운용(75) 씨, 신혁(61) 씨도 39년 전 5월 21일 오후 옛 전남도청과 광주천 사이에서 헬기 한 대가 사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고3이던 홍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옛 광주은행 본점 근처에서 집 근처이자 친누나가 근무하던 광주기독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옛 파레스 호텔과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 사이에서 '두두둑' 연발 소리와 함께 헬기 사격이 이뤄졌다. 3년 뒤 군대에 가 M60 사수를 하면서 그게 총소리였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신씨도 각각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전후 불로동 다리 근처에서, 오후 1∼2시 사이 서석동 동사무소 근처 주택 옥상에서 헬기 한 대가 사직공원과 광주천 방향에서부터 오며 사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소용진(63) 씨는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쪽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감정서 관련 사실 조회, 변호인이 신청한 광주시 보상위원회의 보상 내용 조회를 채택했다.
실제 UH-1H 헬기와 500MD 헬기를 이용해 사격 실험을 해야 한다는 변호인의 현장 검증 신청에 대해서는 입증 취지는 공감하나 필요성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헬기 사격을 목격한 4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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