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1일 새벽 E조 캐나다·카메룬전 주·부심 3명 나란히 선정
주심 리향옥, 北여자축구 간판…여자 월드컵 2회 연속 '휘슬' 잡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남북한의 심판들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호루라기와 깃발을 손에 쥐고 '호흡'을 맞추게 됐다.
FIFA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4시) 진행될 조별리그 E조 캐나다-카메룬 경기의 주심은 북측의 리향옥(42) 심판이, 제1부심·제2부심은 북측의 홍금녀(46), 남측의 김경민(39) 심판이 각각 맡는다.
주심 리향옥 심판은 북한 여자축구의 간판 공격수 출신으로, 지난 2015 캐나다 월드컵에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심 27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돼 그라운드를 누빈다.
선수 시절 170㎝의 큰 키로 펼치는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2001·2003년 AFC 여자 아시안컵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대표팀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1999년과 2003년 미국 여자 월드컵에는 북한 대표팀 미드필더로 참가했다.
은퇴 후에는 2007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2017년에는 사상 최초로 FIFA 남자 경기에 참여한 여성 심판(부심)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해 FIFA 공식 홈페이지는 이런 리향옥 심판을 두고 선수로서 두 차례 월드컵 출전에 이어 심판으로서도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있다며 '진귀한 더블-더블'이라고 부각했다.
제1부심으로 나설 북측의 홍금녀 심판은 1986년부터 10여년에 걸쳐 공격수와 중앙수비수로 활약했으며, 은퇴 후 감독으로 전향했다가 국제심판이 된 케이스다. 이미 2003년 여자 월드컵에 부심으로 출장했던 베테랑 심판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10일 이번 월드컵에서 "조선의 여자축구 국제심판원 리향옥 씨가 주심으로, 홍금녀 씨가 보조주심(부심)으로 선정됐다"고 소개하며 관심을 보였다.
제2부심인 남측의 김경민 국제심판은 국내에서 남녀를 통틀어 월드컵 본선 무대를 4회 이상 밟은 유일한 심판이다. 2012년과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여자 부심'을 비롯해 2016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선정 '올해의 심판'으로 뽑히기도 했다.
북한이 세계 최고의 대회에 주·부심을 연이어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축구심판들의 경기 조율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측은 이번 대회에 48명의 부심 가운데 김경민 심판과 이슬기(39) 심판 등 2명을 파견했다.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유럽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경기 진행을 위해 축구장 위에서 남북 심판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공조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프랑스 여자 월드컵은 이달 7일 개막해 다음 달 7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다.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 단계까지 경기 일정이 앞으로 차차 확정되면 남북 심판들이 재차 그라운드에 함께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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