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대선 승리한 토카예프는…외교관서 총리·상원의장 역임

입력 2019-06-10 18:26  

카자흐 대선 승리한 토카예프는…외교관서 총리·상원의장 역임
나자르바예프 낙점받아 성공 가도…親러시아·실용주의 정책 유지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6) 현 대통령은 전문 외교관에서 정치적 성공을 거듭해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초급 외교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두 차례에 걸쳐 10년 동안 외무장관을 지냈고, 총리·상원의장 등을 역임한 뒤 대통령까지 되는 성공신화를 썼다.
카자흐스탄 경제중심도시 알마티 출신인 그는 소련 시절인 1953년 유명 작가인 아버지와 대학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의 외교관 양성 전문학교인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MGIMO)를 졸업하고 1975년 소련 외무부에 들어가면서 전문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싱가포르·중국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근무한 뒤 외무차관, 제1외무차관을 거쳐 1994년 외무장관에 올라 1999년까지 5년을 근무했다.
곧이어 부총리에 임명되며 외무부를 떠난 그는 약 1년 반 만에 총리에 올라 2002년까지 재임했고, 총리직을 사임한 뒤 다시 외무장관으로 복귀해 5년을 더 일했다.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06년 '중앙아시아 비핵지대조약' 체결을 주도하는 등 카자흐스탄의 핵비확산 활동에 적극적 역할을 했다.
2007년 외무부를 떠나면서 상원의장으로 선출돼 2011년까지 재임했고, 2013년부터 올해 3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때까지 한번 더 상원의장을 지냈다.
토카예프는 카자흐스탄을 약 30년간 장기 통치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전격적으로 자진 사임하면서 대통령직을 자동으로 인수했다.
그는 당초 내년으로 예정된 정기 대선 때까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만을 채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임시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조기 대선 실시를 선포해 5년 임기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자신이 당수를 맡고 있는 '누르오탄'(조국의 빛)당의 대선 후보로 직접 토카예프를 추천하면서 적극적으로 그를 지원했다.
나자르바예프 사임 이후 그의 장녀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56)가 대선에 출마해 부녀 권력 승계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부녀 권력 승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나자르바예프가 딸 다리가의 대권 도전을 차기 대선으로 미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카예프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사임 이후 대통령직을 넘겨 받은 뒤 곧바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전통적 양국 간 유대 관계를 재확인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토카예프는 향후 임기 동안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친러시아 정책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경제 분야에선 중국,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실용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긴밀한 우호적 협력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의 관계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사임 후에도 국부(國父)에 해당하는 '엘바시'(민족 지도자) 직함과 국가안보회의 의장직 등을 그대로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나자르바예프가 배후에서 지속해서 국정에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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