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갑질이나 소비자 우롱 행위에 대응하고자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는 기본법인 '소비자기본법'과 관련 고시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소비자기본법의 전반적인 개정 방향과 함께 표시·광고법 등 개별 소비자법과 소비자기본법의 관계 재정립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해외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사업자가 소비자에 대해 부당한 거래행위를 했을 때 제재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최근 연구용역을 발주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떤 부당행위를 규제하는지, 법과 하위 지침별로 규제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하는지, 과징금 등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특히 공정위는 애플이 아이폰의 구형 모델에 대해 배터리 사용 기간에 따라 기기 성능이 떨어지도록 조작한 '배터리 게이트'와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을 '콕' 찍어 이들 사건에 대한 해외 법집행 사례를 연구하도록 했다.
소비자기본법은 과거 이름인 소비자보호법으로 1980년 제정될 때 사업자의 부당 거래에 대해 국가가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뒀으나 실제로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재에 활용되지는 못했다.
최근 아이폰과 페이스북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영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사례도 속출하지만 법적 한계 등으로 공정위가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을 근거로 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통해 부당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으나 이 고시의 제재 규정도 모호하게 돼 있어 지자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는 기본법인 소비자기본법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고시에서 제재 관련 내용을 손질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갑질 영업에 대해 공정위는 물론 법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기업이 외국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배짱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의 경우 6만3천여명의 원고인단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리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원고가 6만3천명이 넘은 다수여서 법원이 송달 업무 등을 위해 사건을 분리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도 있지만 애플도 소장 송달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거부하는 등 재판에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게이트가 한창 논란이 됐던 2018년 1월 국회에서는 외국 IT 기업과 국내 인터넷 기업의 차별 문제가 논란이 됐고 의원들은 김상조 위원장에게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으나 당시 김 위원장은 지배력 남용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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