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 전면전으로 비화하면 수익감소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전 세계 무역 갈등이 격화해 세계 경제에 시름을 안기고 있으나 은행들의 무역금융 수입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 데이터 추적업체인 코얼리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위권 규모 은행들의 무역금융 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58억달러(약 6조8천800억원)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대형 은행들의 무역금융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하지 않은 것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거래의 금융 수익성 개선, 지급·결제 통화인 미국 달러의 강세 등 무역금융 수입 안정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역분쟁으로 상품·서비스의 국경 이동을 중재하는 금융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것도 큰 요인이다.
은행들은 해외 거래에 대해 현금 선지급, 지급 보증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올린다.
교역이 원만할 때 기업들은 직접 거래에 나서며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교역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지급 보증이나 새 무역 경로 개척을 위해 은행을 찾는다.
HSBC 미국의 패트리샤 고메스 세계무역·수취금융 지역 총괄은 "수년간 거래해온 기업은 쌓아온 신뢰가 있지만, 새로운 파트너는 그렇지 않으므로 은행들의 보증 없이는 지급 기한을 늘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인 스위프트(SWIFT)의 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보증 수단 중 하나인 신용장 규모는 2조5천억달러로 2017년 2조3천억달러보다 늘었다.
무역금융 선두업체 중 하나인 씨티그룹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 따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기존 거래선과 다른 대체 무역 경로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이 지난해 11월 해외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거둔 매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22% 증가했다.
존 에이헌 씨티그룹 글로벌 무역 총괄은 "예전에 매우 효율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비효율적이 됐다"며 "공급망에서 비효율적인 것들을 파이낸싱 하는 능력이 은행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들에도 어느 정도의 무역분쟁이 아닌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큰 부담이 된다. 경제성장 둔화나 상업 거래 감소는 은행 수익을 줄이기 때문이다.
에릭 리 코얼리션 리서치국장은 "리스크가 커지면 은행들의 가치도 커진다"며 "그러나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더 큰 문제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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