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과로' 주장에 의료원 측 "사실과 달라…사망 직전 사흘 휴무"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박의래 기자 =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60대 미화원이 갑자기 숨진 사건에 대해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서울의료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은 사람을 살리는 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서울의료원 노동자 2명을 죽음으로 내몬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사퇴하고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병원장이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인원을 감축했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연차를 강제로 쓰도록 종용하면서 2인 이상이 업무를 분담해야 할 노동을 심씨 혼자 감당했다"며 "연속근무와 과중한 업무가 계속됐고 과로가 폐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씨가 일했던 병원 의료폐기물 청소 현장은 30분도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먼지와 독한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다"며 "그러나 서울의료원 측이 심씨의 사망을 산재가 아니라 고인의 지병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씨의 아들은 "4월 건강검진에서는 폐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아버지의 사인이 밝혀져 사실대로 터놓고 병원 측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숨진 서울의료원 미화원 심모(60) 씨는 올해 들어 12일 연속근무를 여러 차례 했다.
노조 측은 심 씨가 숨지기 직전에도 주말을 포함해 12일 동안 연속근무를 했다고 밝혔지만, 의료원 확인 결과 고인이 12일 연속 근무를 한 시기는 지난 달 13∼24일로 사망일과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의료원은 이날 추가 해명자료에서 "심씨는 직전 휴일이었던 5월 25일과 26일, 6월 2일은 휴무해 사망 직전까지 연속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료폐기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전용 봉투에 1차 포장한 후 상자형 용기에 이중 밀봉된 상태로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며 "냄새와 먼지가 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배경으로 이른바 '태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의료계 은어다.
서울시와 유족 추천 전문가, 서울의료원 노조 등으로 구성된 간호사 사망 진상대책위원회는 활동 종료일인 이날 김민기 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진상위는 3월 12일 발족해 지난달 11일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조사가 미진하다고 판단, 활동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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